"기업은행이랑 궁합이 맞는거 같은데요."
염혜선은 활짝 웃었다. 팀을 옮기자마자 행운을 거머쥐었다.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한 IBK기업은행 선수단은 18일부터 3박4일 발리 여행에 나섰다. 우승 보너스였다. 이 자리에는 '이적생' 염혜선도 함께 였다. 그는 "숟가락 제대로 얹었다. 아마 늦게 결정했더라면 못갈 수도 있었는데, 기업은행이랑 궁합이 맞는 것 같다"고 웃었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염혜선은 겨울이적시장의 대어였다. 2008~2009시즌 신인상을 비롯해 2010~2011시즌부터 4년 연속 세터상을 수상했다. 2008년부터 줄곧 뛰었던 현대건설과의 1차 협상이 결렬된 염혜선은 결국 기업은행을 택했다. 김사니가 은퇴하며 세터자리에 공백이 생긴 기업은행은 염혜선에 러브콜을 보냈다. 염혜선은 "고민이 많았다. 현대건설도 좋은 팀이지만 변화를 택하고 싶었다.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도전을 택했다"고 했다.
그의 기업은행 행에는 김희진과 아버지의 역할이 컸다. 염혜선은 "희진이랑 원래 친했다. 희진이도 재계약 여부가 걸려 있어서 서로 눈치게임 하듯이 슬쩍슬쩍 의중을 떠봤다. 희진이가 재계약 하더니 '와야지' 이런 식으로 말하더라"고 웃었다. 이어 "아버지는 원래 내 의견을 존중해 주시는 편이다. 많이 물어봤는데 그때마다 내 생각에 힘을 실어주셨다. 그래서 이적을 결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막상 와보니 적응도 별 필요가 없었다. 리우올림픽에서 함께 한 이정철 감독은 염혜선을 보자마자 "나랑 해봤잖아. 나 알고 있잖아?"라고 했다. 염혜선은 "선수들과 금방 가까워졌다. 훈련량 많다는 것은 원래부터 유명해서 일찌감치 마음을 비웠더니 할만 하다"고 했다.
염혜선은 '레전드' 김사니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그는 "물론 부담이 된다. 하지만 나만의 색깔로 그 자리를 메우고 싶다. 내 힘으로 우승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이제 돌아갈 수도 없다"며 "2010~2011시즌 해봤던 통합우승을 새로운 둥지에서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