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유승호가 시청자의 시간을 훔쳤다.
17일 방송된 MBC 수목극 '군주-가면의 주인(이하 군주)'에서는 세자 이선(유승호)의 절규가 그려졌다. 이선은 양수청과 편수회의 진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양수청이 만들어졌고, 그 때문에 백성이 희생당한다는 사실에 절규했다. 또 편수회의 요구에 따라 서윤을 참수하라는 왕에게 "왜 소자를 살리려 양수청을 주신 것입니까"라고 울부짖으며 혼절했다. 자신을 대신해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을 보며 분노를 터트리는 이선의 절규는 시청자를 안타깝게 했다.
이러한 유승호의 눈물 열연은 엄청난 몰입도를 자랑했다. 혼신의 힘을 다한 오열은 허수아비 왕권의 무력함과 그릇된 권력에 대한 경계심을 들게 했고, 누구보다 처절한 아픔을 겪게된 이선이 앞으로 어떠한 군주가 될 것인지를 기대하게 했다. 또 자신의 안위를 위해 국민의 권리와 안녕을 유린하는 기득권에 싫증난 시청자 입장에서는 목숨보다 백성의 아픔을 더 중시하고 그에 공감하는 이선의 모습에서 대리만족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렇게 훌쩍 자라난 유승호의 연기 내공에 시청자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익히 알고 있듯 유승호가 처음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린 건 2002년 영화 '집으로'를 통해서다. 당시 상우 역을 맡은 아홉 살 꼬마 유승호는 누나 팬들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귀여운 외모에 가슴을 저리게 만드는 눈물 연기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놨다. 이후 배우 소지섭을 닮은 외모로 '리틀 소지섭'이라 불리며 '누나들의 희망'으로 성장하더니 '불멸의 이순신' '태왕사신기' '선덕여왕' '공부의 신' '무사 백동수' 등을 통해 필모그래피를 다져나갔다. 그리고 '보고싶다'에서 사이코패스 강형준 역을 훌륭하게 소화하며 드디어 아역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뗐다.
유승호의 행보 또한 독특했다. 2012년 수능을 앞두고 명문대 특례입학 루머가 돌았고, 그의 경력을 알고 있는 대중도 어느 정도 이를 납득하는 분위기였지만 단칼에 연예인 대학특례입학 제의를 거절했다. 또 2013년에는 팬카페에 인사 영상 하나만을 업로드한 채 아무도 모르게 춘천 102 보충대에 입소, 군 생활을 시작했다. 이에 유승호에게는 '개념 연예인'이라는 애칭이 따라붙었다.
군 제대 후에도 유승호의 '열일'은 계속됐다. 복귀작인 '리멤버-아들의 전쟁'을 무사히 이끌며 주연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입증했고, '군주'에서는 강점인 사극 연기로 시청자의 시간을 순간 삭제 시키며 매번 화제를 불러오고 있다. 비주얼 연기력 인성까지, 어떻게 봐도 잘 자란 아역 배우의 정석과 같은 행보를 보여주다 보니 팬들의 성원이 빗발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유승호의 열연에 힘입어 '군주'는 수목극 왕좌 자리를 지켜냈다. 이날 방송된 '군주' 5,6회는 각각 11.2%(닐슨코리아, 전국기준), 12.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3회(10.5%), 4회(12.6%)보다는 소폭 하락한 수치이지만 동시간대 방송된 작품 중에서는 최고 기록이다. 동시간대 방송된 KBS2 '추리의 여왕'은 8.7%, SBS '수상한 파트너'는 6.6%, 8%의 시청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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