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해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FA컵 16강. K리그 클래식의 위용은 높았다. 반면 챌린지(2부 리그) 팀들의 반란은 소폭에 그쳤다.
17일 펼쳐진 FA컵 16강 7경기의 화두는 챌린지 팀들의 이변 연출 여부였다. 경남, 부산, 부천, 아산, 성남, 대전은 클래식 팀을 잡고 8강에 오를 꿈을 꿨다. 하지만 챌린지 팀들의 꿈은 한낱 '일장춘몽'에 불과했다.
이날 챌린지의 자존심을 세운 팀은 성남과 부산이었다. 성남은 강원을 1대0으로 제압했다. 이 승리에는 더 큰 의미가 담겨있었다. 성남은 지난해 11월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당시 챌린지 소속이던 강원과 만나 0대0과 1대1로 두 경기 연속 무승부를 거뒀지만 원정 다득점에 밀려 강등의 수모를 당했다. 노는 물이 달라진 올 시즌에는 성남이 강등의 한을 풀었다. 양팀 모두 베스트 11가 충돌한 가운데 후반 22분 이창훈의 도움을 받은 수비수 오르슐리치가 결승골을 터뜨렸다. 부산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원정 경기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기대를 걸었던 챌린지 선두 경남은 울산에 아쉽게 1대2로 무릎을 꿇었다. 김종부 경남 감독은 체력안배를 위해 챌린지 득점 선두 말컹을 후반부터 출전시키는 여유도 보였지만 탄탄한 조직력으로 울산과 팽팽한 경기를 펼쳤다. 후반 18분 이종호에게 선제골을 내준 경남은 후반 35분 말컹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나 막판 수비 집중력이 아쉬웠다. 전광판 시계가 멈춘 후반 추가시간 박용우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말았다. 김종부 감독은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던 건 아니다. 수비 실책보다 상황적인 것이 아쉽다." 8강에 오른 김도훈 울산 감독은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울산이 FA컵에서 인연이 없다고 하지만 과거일 뿐이다. 2017년 우리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 32강전에서 '클래식 1강'으로 꼽히는 전북 현대를 승부차기 끝에 제압한 부천도 반란의 선봉에 설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1.5군이 가동될 것으로 보였던 상주가 화려한 베스트 멤버를 내세우면서 부천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0대2로 패했다.
아산은 1.5군으로 맞선 광주의 벽을 넘지 못했다. 0대3으로 졌다. 대전은 전남에 전반 27분 페체신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13분 장준영이 동점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후반 27분 유고비치에게 결승 골을 얻어맞아 1대2로 석패했다.
아마추어 팀들의 대결에선 그래도 한 단계 리그 수준이 높은 내셔널리그(실업축구) 목포시청이 4부 리그 격인 K3 챌린저스 포천시민축구단을 1대0으로 꺾었다.
창원=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2017년 KEB하나은행 FA컵 16강 전적(17일)
성남 1-0 강원
울산 2-1 경남
상주 2-0 부천
광주 3-0 아산
전남 2-1 대전
목포시청 1-0 포천시민축구단
부산 0<8-7>0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