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챌린지(2부 리그) 팀들의 반란이 대거 일어날까.
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해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FA컵 5라운드(16강)가 17일 펼쳐진다. 이번 16강 8경기 중 제주-수원전만 다음달 6일로 미뤄졌다.
이번 FA컵 16강 구도는 '칼레의 기적'을 꿈꾸는 K3 챌린저스 소속 포천시민축구단-내셔널리그(실업축구) 목포시청을 제외하면 주로 K리그 클래식(1부리그) 팀과 챌린지 팀의 맞대결이다.
챌린지 팀의 반란을 잘 보여준 팀은 부천이다. 지난 32강전에서 '클래식 1강'으로 꼽히는 전북 현대를 승부차기 끝에 제압했다. 2년 연속 전북의 발목을 잡은 부천은 '군팀' 상주를 상대한다. 이번에도 해볼만 하다. 상주는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할 전망이다. 김태완 상주 감독은 "서울전에 출전한 선수들은 리그 경기를 준비시킬 것이다. FA컵은 투 트랙으로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부천은 1.5군의 상주와 대등한 경기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 이변을 노린다. 울산과 충돌하는 경남은 올 시즌 '김종부 매직'이 제대로 통하고 있다. 챌린지 최소 실점(7골)을 자랑하는 물샐 틈 없는 수비력을 바탕으로 시즌 무패(9승3무) 행진을 달리고 있다. 브라질 출신 스트라이커 말컹은 12경기에서 7골을 몰아치며 높은 골 결정력을 보이고 있다. 말컹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전력 강화를 노리는 복수의 클래식 팀들에 강력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클래식 승격을 향해 순항하고 있는 부산도 챌린지 반란의 중심에 서 있다. 서울 원정을 떠나는 부산은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이정협이 건재하다. 7골을 터뜨리며 말컹과 함께 챌린지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정협은 '데얀'과의 골잡이 대결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조진호 감독 부임 이후 화끈한 공격축구로 변모한 부산은 박빙의 승부에서 버텨내는 힘이 좋아졌다. 달콤한 결말도 바라고 있다. 승격과 동시에 FA컵 우승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행 티켓까지 따내는 시나리오를 실현시키고 싶어한다.
다만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서울은 현재 리그 6위에 머무르는 등 시즌 초반 일정이 순탄치 않다. 특히 ACL 조별리그에서 짐을 쌌다. FA컵 승리를 통해 분위기를 전환해야 한다. 주전 멤버가 가동될 가능성이 높다.
성남은 강등의 한을 풀 기회를 잡았다. 8강 진출을 다툴 팀이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강등을 안긴 강원이다. 성남은 지난해 11월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0대0과 1대1로 두 경기 연속 무승부를 거뒀지만 원정 다득점에 밀려 강등의 수모를 당했다.
챌린지에서 와신상담 중인 성남은 리그와 달리 FA컵에서 순항 중이다. 수원FC와 청주시티를 꺾었다. 게다가 홈보다 원정 성적이 더 낫다는 점도 성남으로선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이번 시즌 성남은 안방에서 1무5패를 기록한 반면 원정에선 2승3무1패로 한결 낫다.
흥미로운 점은 하나 더 있다. 승강 PO 당시 성남의 유일한 골을 넣었던 황진성이 이젠 강원 소속으로 옛 동료들을 상대한다. 최근 부활의 날개를 편 황진성은 1골-3도움을 기록 중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