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LG 트윈스와의 잠실 원정에서 한화 이글스 2루수 정근우(35)는 후배 유격수 하주석(23)을 대놓고 칭찬했다.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는 '띠동갑' 하주석과 '키스톤 콤비'를 이루고 있다.
정근우는 "다른 사람들이 '요즘 하주석 수비가 좋아졌던데 어떠냐'고 물어보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주석이 한테도 따로 칭찬한 적이 많지 없다. 근데 정말 좋아졌다. 놀랄 정도다. 주석이 때문에 나까지 수비가 편해졌다. 더블 플레이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내야수비 움직임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정근우는 공수를 겸비한 리그 최정상급 2루수다. 하주석도 대선배가 걸었던 길을 따라 걷고 있다.
하주석은 지난해 19개의 수비실책으로 리그 전체 최다실책 3위를 기록했다. 하주석이 실책을 할때마다 경기흐름도 나쁜 쪽으로 바뀌곤 했다. 올해는 수비실책이 1개다. 31경기 연속 무실책 행진중이다.
실책 지뢰밭이나 다름없는 주전 유격수로선 대단한 수치다. 하주석은 지난 겨울 개인훈련에서 권용관에게 많은 부분을 전수받고, 그라운드에선 정근우로부터 글러브를 갖다대는 위치나 타구판단 비법을 조언받은 뒤 큰 발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정근우는 "(하)주석이 한테 앞으로는 절대 내가 도와줬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 누가 들으면 꼭 내가 억지로 시킨 줄 알지 않겠나(웃음)"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한화는 수비부문에서 적잖은 고민을 안고 시즌을 시작했다. 무릎 수술뒤 복귀한 정근우는 스프링캠프를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했다. 4월 중순까지 수비시 좌우 움직임이 불완전했다. 외야는 이용규를 제외하면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수행해낼 수 있는 선수가 드물었다.
시즌 초반 쏟아지던 한화의 수비실책은 4월 하순부터 잦아들고 있다. 정근우의 무릎상태가 점점 좋아졌고, 무엇보다 하주석이 확실히 중심을 잡았기 때문이다.
15일 현재 팀 수비실책 최다는 NC 다이노스(40개)다. 2위는 kt위즈(31개), KIA 타이거즈와 한화는 나란히 29개로 공동 3위다. SK 와이번스가 27개, 두산 베어스가 25개, 삼성 라이온즈가 24개, 롯데 자이언츠가 22개, 넥센 히어로즈가 21개다. 수비실책이 가장 적은 팀은 LG로 19개다.
내야수비를 넘어 팀전체 수비의 질은 유격수와 2루수 라인에서 대부분 결정된다. 수비 상황이 잦고, 제일 복잡하기 때문이다. 강팀의 필수조건으로 강한 센터라인을 꼽는다. 포수, 키스톤(유격수 2루수), 그리고 중견수까지. 유격수와 2루수는 핵심 중 핵심이다.
하주석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점점 수비범위를 넓히고 있다. 정확한 송구에 강한 어깨까지 있어 가능하다. 한화 투수들이 우타자 몸쪽 승부를 더욱 즐기게 된 데는 포수 최재훈의 리드 영향이 있지만 하주석의 수비안정감도 크게 한몫하고 있다.
타격은 흠잡을 데 없다. 정근우는 타율 3할2푼8리 40안타 3홈런 18타점, 하주석은 타율 3할8리 45안타 4홈런 16타점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