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전 세계 영화계를 뒤흔든 뜨거운 감자 '옥자'가 소문만 무성했던 궁금증에 대해 속시원하게 밝혔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당주동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으로 초청된 SF 어드벤처 영화 '옥자'(봉준호 감독, 케이트 스트리트 픽처 컴퍼니·루이스 픽처스·플랜 B 엔터테인먼트 제작)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인 테드 사란도스, 플랜 B 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서 제레미 클라이너, 국내 프로듀서 최두호·김태완·서우식, 국내 배급을 대행하는 NEW의 김우택 총괄대표가 참석해 취재진과 '옥자'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 슈퍼 돼지 옥자의 정체
충무로 감독 최초 넷플릭스와 손을 잡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제작 단계부터 전 세계 팬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은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슈퍼 돼지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미자(안서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는 것. 그간 슈퍼 돼지로만 알려졌던 옥자의 정체는 개봉을 앞두고 공개된 예고편을 통해 아주 단편적으로 보여진 바 있다. 옥자의 눈이 클로즈업된 장면 하나로 깊은 눈망울을 가진 거대 멧돼지라는 점을 추측하게 만든 것.
이와 관련해 봉준호 감독은 "2010년 차를 타고 가던 중 도로에서 우연히 동물을 만났다. 마주한 동물을 보고 있으니 마치 이 동물이 수줍게 생기고 내성적이라는 환각이 들더라. 저 동물을 통해 '옥자'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게 바로 '옥자'의 시작이었다"며 '옥자'를 처음 떠올린 순간을 밝혔다. 그는 '옥자'를 두고 "내 영화 최초 아역이 주인공인 영화며 첫 러브스토리다"며 설명한 뒤 "첫 사랑 상대가 동물이다. '옥자' 속 주인공 옥자는 돼지와 하마를 합친 거대한 동물이다. 옥자와 이를 사랑하는 소녀 미자의 순수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여기에 세상의 복잡한 이야기를 녹여 풍자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옥자' 속 슈퍼 돼지 옥자는 돼지와 하마를 결합한 돌연변이며 봉준호 감독과 미자의 첫 사랑 상대다.
▶ 탈 많았던 칸영화제
'옥자'의 두 번째 궁금증은 바로 칸영화제다. 그동안 봉준호 감독은 2006년 열린 제59회 칸영화제에 '괴물'로 감독주간에 초청, 2008년 열린 제61회 칸영화제에 '도쿄!'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 2009년 열린 제62회 칸영화제에 '마더'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칸영화제의 관심을 받았는데 '삼고초려'만에 신작 '옥자'로 영화 인생 최초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이라는 쾌거를 얻었다. 여기에 '옥자'를 투자한 넷플릭스 역시 오리지널 영화로는 최초로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에 의미를 더한 것.
칸영화제를 통해 최초 공개될 '옥자'에 "두렵다"며 심경을 밝힌 봉준호 감독은 "감독 입장에서는 새 영화를 소개하는 데 있어서 칸영화제만큼 영광스럽고 흥분되는 자리가 없을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불타는 프라이팬 위에 오른 생선 같다. 예민한 영화 전문가들이 다 모인 곳인데 그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떨린다. 경쟁부문에 올랐다고 하니 정말 영화로 경쟁을 해야 하나 싶지만 영화는 경쟁을 펼칠 문화는 아닌 것 같다. 더 많은 사람이 뜨거운 방식으로 이 영화의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좋겠다. '옥자'가 많은 영화 심사로 지친 심사위원들에게 재미를 안길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여러 의미를 가진 봉준호 감독의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하지만 꽃길만 펼쳐진 것은 아니었다. 칸영화제 발표 직후 극장 개봉이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넷플릭스의 '옥자'에 대해 프랑스 영화계의 반발이 빗발치고 있는 것. 칸영화제가 경쟁부문 취소 번복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논란이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인 테드 사란도스는 전 세계 최초 칸영화제의 논란에 대해 "칸영화제는 언제나 뛰어난 작품만 초대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옥자'도 선택된 것 같다. 배급에 무관하게 선택당한 작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우리에 앞서 극장 배급을 결정하지 않은 영화 중에서도 칸영화제의 선택을 받은 경우가 많다. 물론 변화라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옥자'와 봉준호 감독이 칸영화제에 초청된 것은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칸영화제에 초청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오로지 작품성으로 선택된 '옥자'는 우리의 철학이 담긴 작품이다. 내년부터 칸영화제가 극장 개봉을 확정한 작품을 대상으로 경쟁작을 선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그렇다고 넷플릭스가 칸영화제 출품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뛰어난 오리지널 영화를 제작할 생각이고 어떤 방식으로도 칸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할 계획이다. 미래에는 관객도 변화하고 영화제 형식도 변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봉준호 감독 또한 "앞으로 영화는 극장과 스트리밍 방식 모두 공존한다고 생각한다. ('옥자'의 칸영화제 논란은) 영화계가 어떻게 공존하는 게 아름다운 방법일지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테드 사란도스 형님도 가족들과 극장을 간다. 우리가 영화를 보는 형태는 다양하지 않나?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런 과정 중 하나의 작은 소동일 뿐이지 우려할만한 일은 아니다. 결국은 아름답게 풀어져 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의 견해를 드러냈다.
▶ 한시적 극장 개봉
마지막으로 국내 관객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던 '옥자'의 극장 개봉 역시 궁금증이 밝혀졌다. 제작 초반 넷플릭스 플랫폼인 스트리밍 방식으로 개봉될 줄 알았던 '옥자'는 지난 3월 스트리밍은 물론 극장 상영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발표해 파란을 일으켰다. 전 세계 190여개 국가, 9300만 넷플릭스 가입자는 물론 극장에서도 '옥자'를 관람할 수 있다는 파격 시스템을 도입한 것. 이러한 결단은 국내 영화 팬들의 관심과 애정에 보답하고자 했던 '옥자' 제작진의 노력으로 성사됐다는 후문.
테드 사란도스는 "'옥자'가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 국가에서 릴리즈된다. 미국에서는 28일, 한국시각으로는 29일이 될 것 같다. 여러 언어로 전 세계에 동시에 '옥자'를 관람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NEW를 통해 극장에서도 '옥자'를 관람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NEW와 함께 영화계 배급 시스템에 혁신적인 시도를 기획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미 3월 넷플릭스가 발표한 대로 국내에서는 넷플릭스 사이트와 극장에서 동시에 '옥자'를 만나게 된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넷플릭스가 일주일 가량 한시적으로 개봉한 뒤 극장 개봉을 닫고 넷플릭스 스트리밍으로만 '옥자' 관람을 허용해 가입자 수를 늘리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시선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NEW의 김우택 대표는 "'옥자'는 6월 29일 넷플릭스 스트리밍은 물론 국내 극장에서 개봉하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옥자'의 극장 개봉에 있어 상영 기한에 제한을 두지 않고 관객의 반응에 맞춰 무제한 상영하기로 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는 "넷플릭스와 면밀하게 회의한 결과 한국에서 효과적으로 개봉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와 관련해 넷플릭스와는 지속적으로 긴밀하게 협의할 예정이다. 이번 영화가 한국 관객에게 많이 보여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옥자'도 기존의 국내 배급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한시적 개봉이 아닌 관객이 영화를 찾을 때까지 극장 개봉을 유지하겠다는 파격 계획을 선포하며 의혹을 풀었다.
한편, '옥자'는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안서현, 릴리 콜린스,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변희봉, 윤제문, 최우식, 스티븐 연 등이 가세했고 '설국열차' '마더' '괴물'의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브래드 피트 제작사로 유명한 플랜 B 엔터테인먼트가 제작을,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투자한 오리지널 영화로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으로 초청됐다. 오는 6월 28일, 한국시각으로는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최초 공개되고 동시에 29일부터 국내 극장에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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