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SBS 새 월화극 '엽기적인 그녀'는 전지현 차태현 주연의 원작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엽기적인 그녀'는 까칠한 도성 남자의 대표주자 견우와 조선의 문제적 그녀가 펼치는 예측불허 로맨스 드라마다. 작품은 한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엽기적인 그녀'를 원작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가 전지현의 상큼발랄 매력과 차태현의 차진 수비에 힘입어 신드롬을 불러왔던 만큼, '엽기적인 그녀' 또한 인기를 끌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 것.
하지만 기대감이 조성됨과 동시에 악재가 닥쳤다. 주원과 호흡을 맞출 여배우를 선발하는 대국민 오디션을 진행, 18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김주현이 여주인공으로 낙점됐으나 불발되고 오연서가 여주인공에 발탁되면서 '흙수저 논란'이 일었다. 또 100% 사전제작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JTBC '맨투맨'이 선방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KBS2 '태양의 후예'를 제외한 사전제작 드라마가 모두 흥행에 참패했고 특히 SBS는 지난해 퓨전 사극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가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던 아픔도 있는 만큼 사전제작 징크스를 깰 수 있겠냐는 것이다.
15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양천구 목동 SBS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오진석PD는 "한국 영화의 클래식이 된 원작을 피해가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정공법을 택하고 싶었다. 사전제작 드라마가 잘 안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었다. 중간에 중국과의 문제도 있었고 기분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그래도 재밌게 잘 만드는 것 외에는 없지 않냐는 원론적인 방법에 동의했다. 특별한 방법은 없었다. 열심히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역시 '엽기적인 그녀'를 기대하게 되는 건 주원의 존재감 때문일 것이다. 주원은 '각시탈' '굿닥터' 등 출연작마다 호소력 짙은 감성 연기로 분명한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심지어 산으로 간 '용팔이'를 하드 캐리로 시청률 1위에 안착시킨 저력을 갖고 있다. 그런 주원이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하는 만큼, 그가 보여줄 연기 변신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특히 이번 '엽기적인 그녀'는 주원이 군입대 전 마지막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라 팬들의 더 큰 성원이 예상된다. 여기에 '왔다 장보리' '빛나거나 미치거나' 등 새로운 흥행퀸으로 주목받고 있는 오연서, 악역 계의 대부 정웅인, 도라에몽 오타쿠로 주가를 올린 심형탁, 씨엔블루 이정신, 신예 김윤혜 등이 합류해 퀄리티를 높였다.
오진석PD "주원과는 인연이 깊다. 군입대 전 마지막 작품을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다. 오연서도 여배우들이 힘들어하는 코미디를 놀라울 만큼 헌신해줬다. 두 사람의 케미는 공격수와 수비수 같았다. 특히 주원은 아무렇게나 던져도 기술적으로 받아주는 수비수의 역할이 너무 좋았다. 이정신은 몸을 많이 쓰는 말 없는 무사 역할이라 힘들었을텐데 잘 따라와줘서 너무 고맙다. 김윤혜는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신인 배우로서 힘들었을텐데 예상을 넘어 열심히 해줘서 고마웠다. 무엇보다 가녀린 몸매에서 나오는 따귀력이 기억에 남는다. 회식을 담당해준 정웅인은 '용팔이' 때도 너무 감사했던 선배다. 이번에도 대척점에 있는 악역이라면 악역인데도 젊어서 걱정을 했는데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줬다. 심형탁은 이름처럼 봄바람 같은 역할이었다. 특별한 캐릭터가 잘 안보였는데도 잘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주원은 "'용팔이' 이후 대본을 받았는데 군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아서 좀더 신중해졌다. 결정적으로 팬분들이 사극, 로맨틱 코미디를 하는 걸 보고싶어하셨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팬분들이 좋아하는 걸 하자고 생각했다. 영화보다 런닝타임이 길기 때문에 좀더 묵직한 정치 이야기나 시원한 액션도 있다. 좀더 긴장감 넘치는 로맨틱 코미디"라며 "영화 속 견우와 드라마 속 견우는 성격 차이가 커서 차태현에게 조언을 받지는 않았다. 그래도 형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응원해줬다"고 전했다.
오연서는 "오디션을 해서 뽑힌 분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내게 제안이 들어왔을 땐 모든 게 정리된 후였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지만 대본도 상대배우도 감독님도 너무 좋았다. 공석이 된 자리를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그때 해명을 하고 싶었지만 당시 '국가대표2' 홍보 중이라 작품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며 "전지현이 했던 역할을 내가 하게 되어 굉장히 부담스럽다. 하지만 우리 드라마는 원작에서 모티브를 따오긴 했지만 시대가 완전히 다르다. 내 생각에는 전지현 선배님이 연기하신 그녀보다 훨씬 더 노골적이다. 더 망가지기도 하고 감정의 폭도 크다. 선배님이 영화에 굉장히 아름답게 나오셨다면 나는 조금더 엽기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엽기적인 그녀'는 '귓속말' 후속으로 29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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