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 주희정(40·서울 삼성 썬더스)이 은퇴한다.
주희정은 삼성 구단과 상의를 통해 최근 은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주희정은 1997∼1998시즌부터 프로에 들어와 꾸준한 기량으로 사랑을 받은 선수다. 이번시즌까지 20시즌을 뛴 KBL 역사를 보여주는 현역 레전드.
데뷔 첫 해 신인왕을 수상한 주희정은 2000∼2001시즌엔 삼성 소속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챔피언결정전 MVP에도 올랐다. 2008∼2009시즌엔 팀(KT&G)이 7위에 그쳤지만 정규리그 MVP를 받기도 했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팀 소속으로 받은 첫 MVP였다. 이번시즌 다시한번 우승에 도전했지만 결국 안양KGC인삼공사에 2승4패로 패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리지는 못했다.
주희정은 이번 시즌이 사실 위기였다. 51경기에 출전했지만 평균 9분55초를 뛰며 1.47득점, 0.9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김태술이 좋은 활약을 펼치며 그의 출전시간이 줄어들었고 자연히 성적도 그리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진가는 플레이오프에서 드러났다. 주희정은 챔피언결정전까지 15경기에 출전해 평균 22분을 뛰며 5.8득점, 2.8리바운드, 3.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상대 수비에 공격이 막힐 때 코트에 들어가 정확도 높은 3점슛과 고감도 패스로 길을 열어줬다.
기량과 체력을 보면 주전급은 아니더라도 웬만한 식스맨이나 어린 선수들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쌓았던 경험에서 드러나는 노련함은 따라올자가 별로 없다.
동기인 조동현은 kt 감독을 맡고 있고, 후배인 이규섭은 같은 팀 삼성의 코치를 맡고 있으니 그의 노력과 자기관리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이번 시즌이 자신의 프로 20년째였다. FA 자격을 얻은 주희정은 이번엔 선수 지속 또는 은퇴후 지도자 변신에 대해 심사숙고를 했고, 구단과의 협상을 통해 후배들을 위해 코트와 이별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시즌까지 총 1029경기에 출전했다. 그가 출전하지 않은 경기는 20시즌 동안 15경기 뿐이었다. 그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했고, 기량 역시 출중했다. 평균 30분28초를 뛴 주희정은 8.32득점, 3.3리바운드, 5.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통산기록은 그를 따라올 자가 없다. 당장 1000경기를 뛰어넘을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현역 선수중에서 주희정 다음으로 많은 경기에 출전한 선수가 김주성(원주 동부)으로 688경기를 뛰었다. 주희정을 뛰어넘으려면 여전히 6시즌을 더 뛰어야만 한다.
통산 어시스트(5381개)와 스틸(1505개)은 1위이고, 3점슛(1152개) 2위, 득점(8564점)-리바운드(3439개) 5위에 올라있다.
KBL의 '철인'이 새로 써갈 제2의 농구 인생은 어떻게 될까. 선수 때처럼 꾸준할 것 같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