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YG가 예능 가내수공업시대의 문을 연다.
15일 한동철 전 Mnet 국장은 YG와의 계약을 맺었다.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는 계약서 사인 현장 사진과 함께 "드디어 소문만 무성하던 전속 계약체결, 종신계약 느낌'이라며 '낙장불입, 한동철사단과 함께 YG에서 새로운 시작, NEWCHALLENGE'라고 적었다.
한동철 PD는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프로듀스 101' 등을 연출·제작한 인물로, Mnet의 현재를 만든 1등 공신으로 손꼽힌다. 창의력과 추진력을 겸비한 그의 영입으로 YG는 천군만마를 얻게 됐다. 이로써 방송사 소속의 공채 PD들이 기획과 연출을 맡고, 기획사의 스타들이 출연하는 전통 공식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YG는 일찍이 예능시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난 2월, MBC 출신 '라디오 스타' 조서윤 CP, '무한도전' 제영재 PD, '진짜 사나이' 김민종 PD를 영입했고, Mnet '음악의 신' 박준수 PD, tvN 'SNL'의 유성모 PD를 영입 사실을 알리며 지상파와 케이블을 망라한 '인재 모시기'에 착수 했음을 전했다.
연예기획사가 예능 컨텐츠 제작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스타 매니지먼트에 회사의 운명을 맡기는 것에 한계를 인식한데서 기인한다. 가수와 배우의 경우 발굴과 양성에 있어 큰 투자 비용이 발생하는 반면,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에 큰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한다. 각종 스캔들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터져나오며, 대형 스타를 탄생시켜도, 다음 세대를 이어갈 회사의 '얼굴'을 연이어 배출하기 어렵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반면 양질의 예능 컨텐츠는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로 뻗어나가며, 저작권 수입은 지속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MBC '무한도전'이나 SBS '런닝맨', KBS 2TV '1박2일'은 10년 안팎으로 지속되고 있어 아이돌이나 드라마의 수명을 상회한다. 또한 기획사가 직접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할 경우, 소속 연예인에게 자유롭게 효율적인 기회를 선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윤종신,서장훈,김영철 등이 포함된 미스틱89는 JTBC 여운혁 전 예능국장을 영입하며 콘텐츠 제작 및 인재 활용의 신호탄을 쏘았다.
유재석, 정형돈, 노홍철, 김용만 등 대형 예능 스타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한 FNC도 태세 변화에 발을 맞추는 상황. 예능과 드라마를 제작하는 FNC 애드컬쳐에 CJ E&M 음악사업부 전 대표 안석준을 대표로 모셔왔다. FNC 애드컬쳐는 SBS '씬스틸러-드라마 전쟁'과 KBS 2TV '트릭 앤 트루'를 비롯 웹 예능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PD들을 수집한 YG 역시 자본력을 바탕으로 즉각 예능 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하게됐다. 자사 가수들은 물론, 앞서 영입한 유병재, 안영미 등 알토란 같은 인재의 활용에도 선택지를 넓혔다.
반면 방송사는 씁쓸한 표정이다. 공채로 선발해 잘 키워 온 PD들이 시장 논리에 의해 대거 이적하는 현실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KBS는 계열사(KBS 미디어, KBS N)와 공동 출자한 자회사 '몬스터 유니온' 지난해 설립했다. 드라마와 예능 등 강력한 방송 콘텐츠의 기획, 제작한다는 목표 이면에는 자사 인재의 유출을 막기 위한 보금자리 마련이라는 의도가 숨어 있다. '몬스터 유니온'은 서수민PD와 유호진PD를 모셔오며 컨텐츠 생산의 멍석을 깔아줬다.
하지만 여전히 PD들의 기획사행은 가속될 전망. 한 방송사 관계자는 연이은 공채PD들의 이탈을 두고 "패닉"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PD들을 대상으로 회의를 소집해 의견을 수렴하고 불편 사항을 개선하는 등 '잡아두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연봉을 크게 상회하는 계약금에 너도나도 유혹을 느끼고 있다"며 "누가 언제 나갈 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새 시대에 적응해야 하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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