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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 '옥자'는 영화史 혁명일까? 변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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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봉준호 감독의 신작 SF 어드벤처 영화 '옥자'(케이트 스트리트 픽처 컴퍼니·루이스 픽처스·플랜 B 엔터테인먼트 제작)가 전 세계 씨네필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영화사 최고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한 슈퍼 돼지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미자(안서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옥자'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 연출자로 떠오른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13) 이후 4년 만에 꺼내든 신작으로 할리우드 명배우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릴리 콜린스, 스티븐 연 등이 가세하며 초호화 라인업을 만들었고 한국배우로는 안서현, 변희봉, 윤제문, 최우식이 합류해 '봉준호 월드'를 완성했다. 하지만 이러한 초호화 기대작이 때아닌 논란에 휩싸이며 연일 전 세계 영화계를 흔들고 있다.

▶ 혁명, 새로운 플랫폼 제시

무엇보다 '옥자'가 전 세계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옥자'를 만드는 제작진. 브래드 피트 제작사로 유명한 플랜 B 엔터테인먼트가 제작을,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투자(600억원)한 글로벌 프로젝트로 일찌감치 관심을 받고 있고 여기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는 최초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의미를 더했다. 이는 곧 극장에서만 영화를 보는 시대가 지났음을 방증한 사례다. 휴대전화, 테블릿PC, TV는 물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원하는 영화를 마음껏 찾아볼 수 있는 시스템의 시대가 도래한 것. 영화사에 새로운 플랫폼을 제시한 '옥자'에 쏟아지는 관심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 꼼수, 영화 명맥 깨는 반란

하지만 이런 시대의 변화를 온전히 지지하지 못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특히 극장 상영이라는 영화 특유의 전통 방식을 고집하는 유럽, 그것도 프랑스 내에서는 '옥자'의 칸영화제 진출을 두고 극심한 견해차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 프랑스의 모든 영화는 극장 개봉 이후 3년이 지난 뒤 가입자 주문형 비디오(SVOD)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법이 있다. 당연히 프랑스에서 치르는 칸영화제 또한 이러한 현지 법이 작용하는데, 극장 개봉이 아닌 동영상 스트리밍을 취지로 한 '옥자'는 여러모로 위법 소지가 농후하다는 것. 극장 산업을 지키기 위한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스크린을 통해 펼쳐지는 예술, 즉 영화의 혼을 지키려는 자존심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또한 프랑스의 영화 정신을 인지하고 있었고 반발을 고려해 칸영화제 초청작 공식발표가 난 직후 파리의 배급사를 통해 임시 비자를 발급받아 프랑스 극장에서 최대 1주일간, 6회 상영해 논란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이런 넷플릭스의 단발성 해결책이 오히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꼼수로 느껴져 프랑스 국립 영화 위원회를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다. 임시 비자 발급 신청을 거절하며 더욱 완강히 넷플릭스에 맞섰다.

▶ 해결책, '옥자' 향한 관객 반응

프랑스 영화 위원회와 넷플릭스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 입장이 난처해진 칸영화제는 경쟁부문으로서 '옥자'를 유지하되 내년부터는 프랑스 극장에서 상영하는 작품을 전제로 경쟁부문을 선정하겠다는 새로운 규칙을 발표했다. 양측의 견해를 조금씩 수용한 결정이었고 무엇보다 '영화사 새로운 시도인 만큼 완성된 작품을 보고, 판단은 관객에게 돌리자'라는 태도를 보인 셈이다. 좋은 콘텐츠는 어떤 방식으로든 관객에게 지지를 받을 것이며 이게 곧 앞으로 영화사를 이끌 새로운 방향인 것.

결과적으로 전통을 배제한 채 플랫폼 확장에만 혈안이 된 넷플릭스도, 전통에 얽매여 시대의 흐름을 마냥 거부하는 영화인들도 모두 그들이 말한 신사적인 처사는 아니다. 2시간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배우, 스태프가 공들인 인고의 산물을 배려하지 않은 이익집단의 신경전. 오는 19일(현지시각) 칸영화제에서 공개되는 '옥자'가 바로 이런 신경전, 논란을 종식할 해결책이 됐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옥자'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