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유독 아프리카팀이 많았다. 결과는 곧 대회 성적의 바로미터였다.
한국은 월드컵, 올림픽 등과 같은 국제대회를 앞두고 마지막 평가전 상대로 아프리카팀을 지목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럽, 남미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아프리카팀에 대한 내성을 기르기 위한 선택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아프리카팀과의 평가전 결과가 대회 성적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가장 가까운 두번의 메이저대회 성적을 보자. 2014년 브라질월드컵 대표팀의 최종평가전 상대는 가나였다. 당시 한국은 0대4 완패를 당했다. 한국은 1무2패의 부진 끝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마지막 리허설 파트너로 세네갈을 택했다. 한국은 기성용 박주영 구자철의 연속골로 3대0 완승을 거뒀다. 기세를 이어나간 대표팀은 사상 첫 동메달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아프리카팀은 베일에 쌓여있다는 이유로 종종 1승 제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실력은 어느 시드국 못지 않다. 특히 연령별 대회에서는 더 그렇다. 오랫동안 발을 맞출 수 없는 아프리카팀은 평가전에 많은 공을 들인다. 전력을 다하는 상대를 맞아 어떤 결과를 거뒀는지는 곧 우리의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1983년 멕시코청소년월드컵 이후 34년만에 4강 신화재연에 도전하는 신태용호의 마지막 평가전 상대도 아프리카팀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14일 오후 3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아프리카의 강호 세네갈과 평가전을 벌인다. 20일 개막하는 U-20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치르는 최종 모의고사다. 세네갈은 신태용호가 A조 조별리그 개막전에서 맞붙을 기니를 가상한 스파링 파트너다. 세네갈은 U-20 월드컵 아프리카 대륙 예선에서 3승 1무를 기록하며 2위로 본선행 티켓을 얻었고, 신태용호의 본선 첫 상대인 기니는 2승 1무 2패, 3위로 대륙 예선을 통과했다. 예선 성적으로만 보면 기니보다 강한 상대인 셈이다.
물론 지난 4개국 초청대회에서 잠비아를 꺾으며 아프리카팀에 대한 적응도를 높였지만, 세네갈은 그 보다 한수위의 팀이다. 신태용호는 사우디와의 비공개 연습경기에 이어 11일 남미 최강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도 승리하며 기세를 높이고 있다. 포백과 스리백을 혼용하며 수비에 안정감을 찾았고, 이승우 백승호를 중심으로 한 공격진 역시 매경기 화려한 패싱게임으로 상대를 압도하고 있다.
기니를 잡아야 16강행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신태용호는 세네갈전 승리를 통해 자신감을 얻어야 한다. 평가전이지만 필승이 필요한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