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고소영이 KBS2 월화극 '완벽한 아내'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완벽한 아내'는 드센 아줌마로 세파에 찌들어 살아오던 주인공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잊었던 여성성을 회복하고 삶의 새로운 희망과 생기발랄한 사랑을 찾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고소영은 심재복 역을 맡아 10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사실 '완벽한 아내'는 시청률 면에서 좋은 성적을 내진 못했다. 지난 2월 27일 3.9%(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한 뒤 줄곧 4~6%대 시청률을 오가며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그럼에도 작품성에 대한 극찬은 이어졌다 심재복이 친절한 가면 뒤에 수상한 비밀을 간직한 이은희(조여정)의 정체를 파헤치는 모습은 여느 장르물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긴장감을 가져왔고, 가정을 빼앗으려는 이은희와 가정을 지키려는 심재복의 팽팽한 신경전 또한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이에 기존의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작품이 탄생했다는 극찬이 쏟아졌다.
"초반에는 새로운 작품이었다. 다들 열심히 했고 나도 20부작까지 잘 끌고 나가며 은희와 퐁당퐁당 대립하는 구도가 생기면 재밌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심재복 캐릭터가 좋았다. 어떤 일을 겪어도 흔들림 없는 기둥 같은 모습이 좋았다. 평범한 가정주부이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한 우먼 파워를 발휘하는 게 좋았다. 봉구(성준)와의 관계 역시 남녀간의 짜릿한 사랑이라기 보다는 연민 등 여러 감정에 관한 걸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남편과의 부부싸움, 친구들과의 관계 은희와의 대립 등 정말 많은 걸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웰메이드 호평도 있고 해서 시청률을 떠나 배우들 모두 자부심이 있었다."
웰메이드라는 극찬을 받으며 승승장구 했던 '완벽한 아내'는 중반 이후 이은희의 정신병적 행보에 초점이 맞춰지며 중심이 완전히 흔들렸다. 이은희가 구정희(윤상현)를 차지하기 위해 정나미(임세미)를 죽이고 심재복을 정신병원에 감금시키는 등 사이코패스적 이상 행동을 보이는 과정에 중심을 두다 보니 다른 캐릭터들의 정체성이 사라졌고 결국 '막장 논란'까지도 불거졌다. 캐릭터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연기에 임했던 배우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다들 열심히 하는 게 보였는데 막장 얘기가 나오면서 안타까움이 있었다. 사실 큰 사건이 일어났는데 해결은 되지 않고 계속해서 더 큰 사건이 나오다 보니 우리도 점점 무뎌진 것 같다. 캐릭터의 주체성이나 개연성이 조금 떨어져 연기하기 어렵기도 했다. 재복이 자체가 항상 방어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나중엔 나도 답답하더라. 또 남편이 너무 흔들리다 보니 남편을 지키는 명분이 구차해지면서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고민이 있었다. 재복이라는 캐릭터가 더 잘 살 수 있었고 새로운 장르에 대한 자신이 있었는데 뒷심이 빠졌다. 8회를 찍고 나서는 '재복이가 어디로 가야하냐'고 계속 물어봤다. 그런데 해답을 얻지 못했던 것 같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가졌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다."
고소영 뿐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초심을 잃은 작품을 따라가기에 어려움을 호소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청자와의 약속은 연기로 지키고자 마음을 굳게 먹었다. 메이크업도 하지 않고 수수한 차림으로 평범한 주부의 모습을 표현하려 했고, 디테일한 감정선에 집중했다. "정말 연기하는 맛은 있었다. 이 작품에서 모든 장르의 연기를 다 해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연기하는 재미가 있었고, 배우들도 정말 슛 들어가면 다들 열심히 몫을 했다. 촬영 현장 분위기도 좋았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남편 장동건은 아내가 10년 만에 선보인 이 작품을 어떻게 지켜봤을까.
"내가 캐릭터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다 보니 마지막에는 그만큼 아쉬움이 남았다. 처음에는 이런 역할이 어울릴까 싶었는데 새로운 역할, 새로운 매력을 느꼈고 재미도 있었다. 남편도 그런 부분을 똑같이 느낀 것 같다. 그런데 나중에는 아쉬움, 안타까움이 있다 보니 조언을 해주는 건 서로 너무 예민한 부분인 거다. 신랑도 모니터하면 한숨을 쉰다든지 약간 답답해했다. 그래서 같이 모니터를 잘 안 했다."
어쨌든 고소영은 '완벽한 아내'를 통해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시청자가 함께 울고 웃고 공포에 떨 만큼 공감되는 생활밀착형 현실 연기를 보여주며 배우 경력에 대한 재평가를 이끌어냈다. 그는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고를 예정이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