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유격수 박승욱이 시련을 이겨내고 급성장할 수 있을까.
SK는 지난 7일 새 외국인 투수 제이미 로맥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웨이버 공시된 대니 워스는 유격수였지만, 이번에는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로맥을 영입했다. 로맥은 내야에선 유격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에서 수비가 가능하다. 외야는 좌익수, 우익수를 볼 수 있는 자원. 외국인 선수 리스트 중에서 유격수로 활용할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결국 SK는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SK는 지난해와 올 시즌 모두 외국인 타자로 유격수를 데려왔다. 지난 시즌 유격수로 뛰었던 헥터 고메즈는 타율 2할8푼3리, 21홈런, 62타점, 16도루를 기록했다. 장타력에 주루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으나, 실책이 25개로 많았다. 팀 내에는 유망주 유격수 박승욱이 있었지만, 성장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번 시즌 영입한 게 워스였다. 워스는 메이저리그에서 유격수를 보면서 323⅓이닝 동안 실책이 1개도 없었다. 그러나 한국에선 어깨 부상으로 한 차례도 수비를 소화하지 못했다.
시범경기부터 꾸준히 선발 출전하고 있는 박승욱에게는 또 다른 성장의 기회다. 포지션이 겹치지 않는 외국인 선수가 영입됐기 때문. 박승욱은 지난 2012 신인 드래프트에서 SK의 3라운드(전체 31순위) 지명을 받은, 공수에서 촉망받는 유격수다. 입단 초 활약이 미미했지만, 지난해 36경기에서 타율 2할7푼6리, 3홈런, 13타점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당초 워스의 영입으로 백업 유격수가 유력했다. 그러나 워스의 뜻밖의 부상으로 주전 유격수를 꿰찼다.
박승욱은 10일 경기 전까지 29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4푼1리, 2홈런, 9타점을 기록 중이다. 일발 장타력도 갖추고 있다. 다만 최우선 해결 과제는 역시 실책 줄이기다. 박승욱은 현재 리그에서 가장 많은 6개의 실책을 저지르고 있다. 유격수 중에서도 단연 최다의 기록. 내야 수비의 중심이 돼야 하는 포지션이기에, 기본적인 실수를 줄여야 한다. 또한 유격수가 아닌 다른 포지션의 외국인 선수가 왔기 때문에, 박승욱의 임무는 더 막중해졌다. 구단도 박승욱의 1군에서의 성장에 기대를 건 것이다.
베테랑 이대수의 활약도 중요하다. 이대수는 백업 유격수로 16경기에 출전, 타율 3할3푼3리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대수비로 출전하고 있으나, 박승욱의 타격감이 좋지 않았을 때,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수비만 놓고 본다면 박승욱에 비해 안정감이 있다. 박승욱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면서, 베테랑으로서 조언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박승욱이 성장하면서, 이대수가 뒤를 받쳐주는 그림이 가장 이상적이다. 구단 내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신구 조화의 표본이 될 수 있다.
박승욱은 팀의 주축 유격수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이 기회를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