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정상급 우완 베테랑 선발대결에서 롯데 자이언츠 송승준(37)이 현역 최다승(131승) 투수인 한화 이글스 배영수(36)를 눌렀다. 송승준은 10일 한화와의 대전 원정경기에 선발출전해 5⅔이닝 동안 5피안타 3볼넷 5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맞대결을 펼친 배영수는 4이닝 동안 7피안타(1홈런) 2볼넷 4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5회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강판됐다. 송승준은 3연승으로 시즌 3승째를 신고했고, 롯데는8대1로 승리하며 3연패에서 벗어났다. 배영수는 시즌 첫패(3승)를 안았고, 6차례 자신의 선발출전에서 처음으로 한화가 패했다.
둘은 지난 9일 선발예고됐으나 경기가 우천취소되자 양팀은 변동없이 둘을 이틀 연속 선발예고했다. 팀내에서 가장 믿음직한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송승준은 이날 가파른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임을 증명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경기전 송승준을 붙박이 선발로 승격시켰음을 공표했다. 조 감독은 "이렇게 잘 던지는 선수를 선발진에서 빼면 누가 던지겠나. 송승준이 이정도로 잘해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팀에 미치는 좋은 영향이 대단하다. 이닝이터로서의 역할도 잘해주고 있다. 불펜에 숨통을 틔워줬다"고 말했다.
경기전 최태원 한화 타격코치는 송승준 공략법에 대해 "직구 하나를 노리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지난달 25일 부산에서 만났을 때는 거의 공략을 못했다. 볼이 좋아도 너무 좋았다. 버리는 볼이 없을 정도였다. 매우 까다로운 투수가 돼 버렸다"고 인정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롯데의 외국인선수는 송승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송승준의 활약과 구위가 특급용병급이라는 뜻이다. 송승준은 불펜에서 후배들의 뒤를 막아주다 대체선발로 나서기 시작하다가 팀의 에이스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최근 선발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이날도 최고구속 146㎞의 빠른볼에 포크볼과 커브를 섞었다. 제구가 살짝 살짝 흔들렸지만 위기에서 더 강했다.
배영수는 주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날 경기전까지 올시즌 5경기 선발등판에서 3승무패를 기록중이었다. 이날 패배로 2경기 연속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최고구속 141㎞의 직구 제구에 슬라이더, 체인지업, 포크볼을 버무렸지만 제구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승부구로 던진 슬라이더를 롯데 타자들이 계속 커트해내자 결국은 볼카운트 싸움에서 밀렸다.
둘다 30대 후반의 베테랑이었지만 피칭 스타일은 딴판이다. 기본적으로 둘다 제구에 기초한 정교한 피칭이었지만 송승준은 직구 구위로 상대를 압박하는 대단히 공격적인 피칭을 한다. 배영수는 5회 롯데 4번 이대호를 상대하면서 보여준 4개 연속 몸쪽 직구가 보여주듯 상대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두뇌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아무래도 전자가 후자보다 당일 컨디션 변수는 적을 수 밖에 없다. 이른바 직구 구위의 힘이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