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수영선수' 이의섭(17·미국 파이크스빌고)의 상승세가 무섭다.
'마린보이' 박태환(28·인천시청)이 3관왕에 오르며 전종목(자유형 100-200-400-1500m)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 출전권을 따낸 아레나 프로스윔 시리즈 애틀란타 대회, '17세 소녀' 이의섭은 의미있는 결실을 거뒀다. 자유형 200-400m에서 잇달아 한국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자유형 200m에선 세계선수권 A기준기록을 통과했다.
7일 여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분58초64, 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국체전 최정민(서울체고)의 한국최고기록(1분59초44)을 0.80초 앞당겼다.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A기준기록(1분58초68)도 통과했다.
8일 여자 자유형 400m, 상위 1~8위가 겨루는 A파이널은 무산됐지만 B파이널에서 2위를 기록하며 전체 10위에 올랐다. 4분11초98로 자신의 한국최고기록(4분12초14)을 1년만에 0.16초 앞당겼다.
2000년생 이의섭은 박태환을 발굴하고 길러낸 노민상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제자다. 물을 유난히 무서워하던 여자아이는 엄마손에 이끌려 6세 때 처음 동네 수영센터에서 물살을 갈랐고, 이후 남다른 재능을 발견했다.계성초등학교 3학년 때 '박태환의 스승' 노민상 감독을 만났다. 전문적인 지도를 받으며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중학생이 된 2014년 아버지(이주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가 미국 타운슨대 교환교수로 가게 되면서 매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정착했다. 밥 바우먼 감독이 '수영 레전드' 마이클 펠프스를 키운 NBAC(North Baltimore Aquatic Club, 노스볼티모어 아쿠아틱클럽)에서 물살을 가르며 '올림픽 챔피언'의 꿈을 키우게 됐다.
한국에서 수영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이의섭은 미국행 직후 두각을 나타냈다. 수영과 공부를 치열하게 병행하며, 성장을 거듭했다. 2014년 8월 스피도 주니어내셔널챔피언십 자유형 200m에서 2분10초40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자유형 400m에선 4분12초65를 찍으며 한국최고기록을 앞섰다. 그러나 당시 대한수영연맹 미등록 선수라는 이유로 기록을 공인받지 못했다. 이어 2015년 1월 미국 뉴저지에서 열린 세라비인비테이셔널에선 5관왕에 올랐다.
2015년 카잔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열다섯의 소녀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도전했다. 제87회 동아수영대회 여자고등부 자유형 200m에서 2분00초65의 대회 신기록을 찍었다. 일반부 언니들보다 빠른 기록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지만 세계선수권 A기준기록(1분59초31)에 미치지 못했다. 리우올림픽 티켓에도 도전했다. 지난해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400m에서 한국최고기록(4분12초14)을 세웠지만 B기준기록에 만족해야 했다.
2017년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 태극마크를 향한 세번째 도전이 시작됐다. 대한수영연맹이 국제수영연맹(FINA) 공인 국제대회 기록을 선발전 기록으로 인정하면서 이의섭은 미국에서 나홀로 선발전을 치렀다. 2년전과는 달랐다. 자유형 200m에서 보란듯이 A기준기록을 통과했다. B기준기록을 통과한 자유형 400-800m의 경우 12~15일 김천 대표선발전 결과에 따라 출전 여부가 결정된다. 종목별로 한 국가에서 A기준기록 통과자 2명, B기준기록 통과자 1명이 출전할 수 있다.
이의섭은 파이크스빌 고등학교에서도 주목받는 '학생선수'다. 지난해 교내 신문 '파이프라인'은 매일 8시간의 수업과 수영을 병행하며, 리우올림픽에 도전하는 이의섭을 '학생선수'의 롤모델로 대서특필했다. 미국 랭킹 5위 내에 드는 수영선수일 뿐 아니라 전과목 A학점을 받는 우수학생이라고 소개했다. "'리'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이 아닌 수영장으로 달려간다. 일주일에 7일, 엄청난 강행군이 그녀를 미국 톱5에 드는 수영선수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이의섭은 "스포츠는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학생이라면 운동뿐 아니라 공부도 우선해야 한다. 대회보다 시험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의섭은 수영과 공부,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다고 했다. 미국 최고의 수영팀을 보유한 최고의 명문대 진학을 목표 삼고 있다. "내 인생의 다음 장이 기대된다.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 그리고 스탠포드대에 진학하고 싶다"고 또렷하게 말했다. 스마트한 수영소녀, 이의섭의 꿈이 영글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