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너무 얼떨떨해서요…."
수트라이커(수비수+스트라이커)로 깜짝 변신한 이슬찬(24·전남)이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최근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매서운 공격력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2012년 전남의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한 이슬찬은 지난 다섯 시즌 동안 단 1득점도 기록하지 못했다. 본 역할이 수비수인 만큼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올 시즌은 얘기가 다르다. 지난달 4일 포항과의 4라운드 홈경기에서 데뷔 첫 골을 폭발한 이슬찬은 올 시즌 9경기에서 3골-1도움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매 경기, 개인 기록을 쓰고 있는 셈이다.
생각지 못한 득점포. 이슬찬은 물론이고 주변의 반응도 뜨겁다. 그는 "솔직히 깜짝 놀랐다. 주변에서도 놀라워한다"며 "그동안 골을 넣어본 적이 없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아무래도 골 운이 한 번에 다 터진 것 같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뜨겁게 타오른 발끝, 무언가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 이슬찬은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하지만 옆에서 오랜 시간 이슬찬을 지도한 노상래 감독은 답을 알고 있는 듯 빙긋 웃는다. 노 감독은 "슬찬이는 올해 개인 득점 기록을 쓰고 있다"며 "정말 성실한 선수다. 굳이 무언가를 지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스스로 하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노 감독이 본 이슬찬의 득점 비결은 다름 아닌 성실함이었던 것이다. 성실하게 훈련한 이슬찬은 경기 경험까지 쌓으며 부지불식 간에 한 단계 더 성장했다.
노 감독의 말을 전하자 이슬찬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다 성실하다. 성실하게 훈련하고 경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거 아닌가"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어 "주변에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자신감을 갖게 도와준다. 덕분에 최근에 팀이 승리하는데 힘을 보탤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주위에 공을 돌렸다.
그는 "사실 골을 넣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신나기도 했다. 재미있어서 계속해서 공격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내 본업은 어디까지나 수비수라는 사실이다. 내가 공격에 가담하는 것은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내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득점은 소용이 없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이슬찬. 그는 14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리는 수원과의 11라운드 홈경기에 출격 대기한다. 이슬찬은 "우리 팀은 선제 실점한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남은 기간 잘 준비해서, 실점하지 않고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