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은 자타공인 'ACL의 강자'로 불렸다. 서울은 2002~2003시즌 ACL로 개편된 이후 다섯 차례(2009·2011·2013·2014·2016년) 8강에 진출했다. 무엇보다 서울은 그동안 ACL에서 모두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저력을 보였다.
하지만 올 시즌은 상황이 다르다. 첫 실타래부터 꼬였다. 2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상하이 상강(중국)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특급 외인' 헐크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0대1로 석패했다. 첫단추를 잘못 꿴 여파는 컸다. 우라와 레즈(일본), 웨스턴 시드니(호주)에 잇달아 패하며 최하위로 주저앉았다.
반전은 없었다. 서울은 F조 하위권에 머물며 조별리그 조기 탈락의 불명예를 떠안았다. ACL에서 충격 탈락한 서울은 리그에서마저 주춤하고 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10경기에서 4승3무3패(승점 15점)에 그치며 5위에 머물러 있다. '디펜딩 챔피언' 답지 않은 행보다.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 시점. 승패가 중요치 않지만 ACL에서 유종의 미가 필요하다. 기로에서 맞닥뜨릴 팀은 우라와 레즈다.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ACL 무대에서 만나는 썩 반갑지 않은 상대다. 서울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우라와전을 끝으로 올 시즌 ACL을 마무리한다.
두 팀의 현재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서울은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반면 우라와 레즈는 현재 조 1위를 달리고 있다. 쉽지 않은 상대임은 분명하다. 우라와 레즈에는 고로키 신조, 나스 다이스케 등 일본 국가대표가 즐비하다. 서울은 2월 열린 우라와 원정에서 2대5로 완패한 바 있다. 올 시즌 서울에 '악연'이다.
하지만 쉽게 물러설 생각은 없다. ACL이 올해만 하고 말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동반 하락한 K리그에서의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한다.
상황적으로 전력을 쏟을 수는 없지만 일단 붙어볼만 하다. 우라와 레즈를 상대로 챙긴 기분 좋은 추억도 있다. 서울은 지난해 홈에서 열린 16강 2차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우라와 레즈를 제압하고 8강에 진출한 역사가 있다. 당시 서울은 16강 1차전에서 우라와 레즈에 0대1로 패하고도 해피엔딩을 완성해 두 배의 기쁨을 누렸다.
황선홍 서울 감독은 경기 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어려운 점이 있지만 홈에서 하는 경기다. 그러나 놓칠 수 없는 경기다. 최선을 다하겠다"며 "1차전 패배를 반드시 갚아주고 싶다. 상황은 좋지 않지만 승리할 수 있는 경기를 해야한다. 우리 선수들도 각오는 돼 있다. 부득이하게 로테이션은 가동되지만, 그동안 나서지 못했던 선수들이 에너지를 분출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각오를 다졌다. 슈퍼루키 황기욱 역시 "홈경기인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프로 선수인 만큼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라와 레즈는 좋은 팀이다. 단순히 ACL 상대가 아닌 한일전 의미가 있다. 좋은 경기를 보여야 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 서울. ACL 강자로서의 마지막 자존심도 걸려있다. 서울이 과연 우라와 레즈와의 홈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수 있을까.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