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한 것의 10%도 안보여줬어요."
백승호(바르셀로나B)는 자신감 있게 말했다. 한국은 개최국이지만 '언더독(스포츠에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 말)'이다. 아르헨티나, 잉글랜드 등과 함께 '죽음의 조'에 속해 조별리그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 언더독이 강팀을 넘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철저한 준비'다.
신태용호는 1일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체력훈련과 전술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패턴, 즉 약속된 플레이다. 20세 이하 선수들은 아무래도 심리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창의적인 플레이를 강조하더라도 얼어붙으면 끝이다. 'K리그 1강' 전북과의 평가전이 그랬다. 이럴때 가장 효과적인 것이 확실한 패턴 플레이다. 선수들간 미리 사전에 약속된 플레이로 활로를 뚫으면 분위기도 바꿀 수 있다. 한국 축구의 첫번째 영광이었던 1983년 멕시코 청소년월드컵 당시 박종환 감독은 6가지의 약속된 플레이를 준비해 4강 신화를 이뤄낸 바 있다.
신태용호는 그보다 훨씬 많은 패턴을 준비 중이다. 8일 열린 사우디와의 비공개 평가전에서 일부가 공개됐다. 신 감독은 경기 내내 준비한 움직임을 선수들이 펼칠 수 있도록 독려하고, 또 독려했다. 일명 '돌려치기'라 불리는 패스플레이는 일품이었다. 공격수들은 물론 수비수까지 앞으로 전진하는 과정에서도 전술적 흐트러짐은 없었다. 패턴플레이가 위력을 보이자 '에이스' 이승우(바르셀로나 후베닐A)에 대한 의존도도 확 줄었다. 특히 세트피스는 상당히 위력적이었다.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길게, 때로는 낮게, 때로는 높게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진행되는 세트피스는 신태용호의 무기였다. 백승호가 기록한 사우디전 첫 골 역시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사우디전에서 보여준 패턴플레이만으로도 기대를 품기에 충분한데 아직 보여줄 것이 더 많이 남았다. 신 감독은 "아직은 패턴을 만들어가는 단계다. 우루과이-세네갈과의 평가전이 끝나면 선수들이 거기에 맞는 확실한 포메이션을 가져갈 것이다. 지금은 포백으로 나서지만 스리백도 생각 중"이라고 했다. 백승호는 "준비한 세트피스와 패턴 플레이가 100개도 더 된다. 사우디전에서 보여준 것은 10% 정도 밖에 안된다"고 했다. 고무적인 것은 신태용호의 패턴플레이가 코칭스태프의 지시만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백승호는 "대부분이 코칭스태프가 만들었지만 우리가 모여서 만든 것도 있다. 선수들끼리 얘기하고 만들어본다. 괜찮은 게 나오면 감독님께 건의를 드려서 운동할 때 해본다. 되면 좋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때그때 생각나면 또 만들어본다"고 했다. 자율성과 창의성이 더해진 신태용호의 패턴플레이, 당연히 위력적일 수 밖에 없다.
신태용호는 아직도 100%가 아니다. 체력도 더 끌어올려야 하고, 수비진의 문제점은 아직도 고치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U-20 월드컵에서 세계를 놀라게 할 깜짝 카드도 늘어나고 있다. 아직도 보여줄게 무궁무진한 신태용호,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