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강한 LG 트윈스 불펜, 이번에는 최동환까지?
LG가 잘나가고 있다. 5연승. 20승12패로 3위다. 5연속 위닝시리즈를 기록하며 상승 흐름이 끊기지 않고 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마운드의 힘이 LG를 앞으로 끌고가고 있다. 팀 평균자책점 2.78. 프로야구 10개팀 중 유일한 팀 평균자책점 2점대 팀이 LG다. 2위 롯데 자이언츠의 팀 평균자책점은 3.87. 엄청난 차이다.
LG 마운드가 더욱 대단한 건 선발진에서는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 불펜에서는 마무리 임정우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이런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불펜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하면 군에서 돌아온 신정락, 그리고 새롭게 필승조로 가세한 최동환의 활약이 좋다.
특히, 양상문 감독은 최동환에 대한 기대가 크다. 최동환은 지난 6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1⅔이닝 무실점 호투로 세이브를 기록, 팀의 7대5 승리를 지켰다. 개인통산 3번째 세이브. 그 과정을 보면 의미가 남다르다. 최동환은 9회 2사 만루 위기를 맞이했다. 상대 타자는 민병헌. 그를 상대하기 전 김재호에게 볼넷을 내줘 만루가 돼 큰 위기였다. 그동안 LG 야구를 봤을 때 투수 교체 타이밍이었다. 제구가 불안한 스타일의 최동환이 이 살떨리는 순간을 이겨낼까 의문이 생겼다. 불펜에서도 김지용과 고우석이 몸을 풀고 있었다. 그러나 양 감독은 최동환을 고집했다. 그리고 민병헌을 내야 땅볼로 잡아냈다.
사실 양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최동환에 대한 언급을 했다. 평소 선수 칭찬에 매우 조심스러운 양 감독인데 이례적으로 "최동환은 앞으로 가장 중요한 순간 필승조로 투입할 것이다. 구위로 보면 현재 우리 투수 중 최고 아닌가"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그 말이 단순히 기살리기 차원이 아님을 경기에서 직접 증명했다. 최동환은 양 감독의 믿음 속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이겨냈고, 진정한 필승조로 거듭나게 됐다. 경기 후 "볼넷을 내주고 만루가 된 후 덕아웃을 쳐다봤다. 당연히 교체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믿는다는 제스처를 보내주셨다. 감사하게 생각했다. 무조건 막는다고 던졌다"고 말했다.
LG 불펜은 지난해 김지용이라는 신데렐라를 탄생시켰다. 올해는 신정락이 임정우를 대체하는 마무리로 잘해주고 있다. 여기에 최동환이라는 새 파워피처를 필승조로 맞이했다. 고졸 신인 고우석도 큰 힘이다. 그야말로 마르지 않는 샘이다. 최동환은 14경기 15⅔이닝 투구해 평균자책점 1.72를 기록중이다. 지난 4월9일 롯데 자이언츠전 2⅓이닝 3실점 경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경기에서는 실점이 0이다.
최동환은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하지만, 내가 필승조라는 말을 듣기에는 너무 민망하다. 아직 보여드린 게 많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최고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팀 투수 중 1명이라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갖게 된다. 그저 1군에서 이렇게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하다"고 밝혔다.
사실 최동환은 양 감독 이전 LG를 거쳐간 모든 지도자들이 눈여겨봐온 투수다. 불펜에서 구위는 최고 수준. 문제는 실전에서 흔들리는 제구였다. 매년 스프링캠프에서 히든카드로 조명을 받다, 1군 몇 경기를 치르면 2군으로 내려가는 패턴이 반복됐다. 최동환은 원래 사이드암 투수였으나, 3년 전부터 팔을 들어올렸고, 제구가 잡히기 시작했다. 그 잠재력이 2009년 프로 데뷔 후 무려 9년 만에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동환은 "특별한 계기는 없는 것 같다. 사이드라고, 오버스로라고 잘 안되고 잘 되고의 문제도 아닌 것 같다. 투수는 결국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요즘에는 전에 느끼지 못했던 자신감이 조금은 생긴 것 같다. 필승조든, 패전조든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던지겠다"고 말했다.
최동환이라는 새 필승조를 얻은 LG 불펜은 김지용, 정찬헌, 신정락, 진해수, 윤지웅, 고우석 등이 건재한 가운데 베테랑 이동현까지 곧 돌아온다. 양, 질 모두 최고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