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박아람 기자] 지난달 16일 아파트 벽 속 환기구에서 한 남성이 나체로 발견됐다. 이 남성이 환기구에 들어간 이유는 마약으로 인한 환각 증세였다.
5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는 아파트 벽 속 환기구에서 나체로 발견된 남성(43)의 사건을 공개했다.
당시 늦은 저녁, 대구의 한 아파트 11층 주민은 어디선가 "살려 달라"고 외치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었다. 주민은 그날만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떨린다고 한다.
그는 벽속의 소리가 밤에도 계속 되자 결국 119에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는 구석구석 조사를 한 끝에 벽 속에서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냈다. 1층부터 15층 옥상까지 이어진 환기구 속의 11층 높이 위치에서 한 남성이 발견됐다. 그는 환기구 속 가로 30센티미터, 세로 40센티미터의 좁은 굴뚝 속에 몸이 끼인 채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였다.
구조대원들이 직접 환기구 속으로 들어가 구조하려 했지만 환기구 입구가 너무 좁아 진입조차 할 수 없었다.
구조대원들은 줄을 내려 남성에게 스스로 몸을 묶게 하라고 한 후 구조를 시작 했다. 하지만 웬일인지 남자는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가려고만 했다는데, 결국 1층 주방 벽을 뚫고 나서야 겨우 그 남자를 꺼낼 수 있었다. 그런데 장장 7시간의 구조 작업 끝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 상태였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구조작업이 진행되던 7시간 동안 컴컴하고 좁은 환기구 속에 갇혀 있던 그 남자가 빵과 우유, 심지어 과일까지 요구했고, 구조대원들이 내려 보낸 음식을 태연하게 받아먹는 황당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1층 벽을 뚫은 구멍으로 겨우 구조된 직후, 왜 환기구에 들어갔냐는 질문에 남자는 누가 자신을 쫒아와 몸을 숨기려고 들어갔다며 다소 믿기 어려운 말을 했다고 한다. 설령 그가 진짜 위급한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환기구는 성인남자가 들어가기엔 너무 좁은데다가 그 내부는 철근과 못이 돌출되어있어 내려가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더욱 의문스러운 점은 아파트 내부 CCTV에 그 남성의 모습이 전혀 찍혀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파트 주민도 아닌 그가 사람들의 눈과 곳곳에 설치된 CCTV를 피해 어떻게 환기구가 있는 옥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일까?
아파트 관계자는 제작진의 "그날 옥상 문에 왜 열려있었냐"라는 질문에 "아니다. 당시 소방서와 경찰서에서 문을 따고 들어갔다. 어떻게 들어갔는지 의문이다. 외벽을 타고 올라갔을 거라 추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찰관계자는 이 남성에 대해 도둑이 아닌 마약 중독자라고 밝혔다.
경찰관계자는 "일정한 직업도 없고 오만 것 다 해봤다고 하더라. 어릴 때부터 고아로 자라서 (현재) 같이 사는 가족이 없다"고 말했다.
또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에서 환각 상태였다. 형사들이 따라온다 생각하고 아파트 옥상까지 도망을 간거다. 연고가 없는 아파트였다"고 설명했다.
이 남성은 2년 전에도 같은 혐의로 처벌받은 바 있다고 알려졌으며 현재 주거 침입, 재물 손괴, 마약 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처벌을 받게 됐다. tokki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