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K리그 드래프트. 광운대 졸업생 배기종(34·경남)은 설 자리가 없었다. 드래프트 지명이 끝난 뒤에야 연락이 왔다. 연봉 1200만원, 월급 100만원의 연습생 신분이나 다름없는 번외지명이었다. 드래프트 순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독기를 품은 배기종은 데뷔 시즌부터 펄펄 날았다. 대전 데뷔 경기서 득점포를 쏘아 올린데 이어 주축으로 거듭나면서 '슈퍼루키', '최신기종'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듬해 수원 삼성으로 이적한 뒤 배기종은 주전과 백업을 오며 서서히 잊혀졌다. 그러나 그에겐 매년 주어지는 기회가 소중했다.
올해 프로 12년차가 된 배기종은 챌린지(2부리그) 경남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지난해 입단한 그의 헌신적인 플레이와 풍부한 경험을 높게 산 김종부 감독의 결단이었다. 공격수로는 적잖은 나이인 만큼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캡틴'의 자리였다.
배기종이 경남의 무패 행진을 10경기로 늘렸다. 배기종은 3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부산과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챌린지(2부리그) 10라운드에서 전반 33분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이 골로 경남은 챌린지 개막전부터 이어진 무패 행진을 10경기(7승3무)로 늘리며 단독 선두 자리를 지켰다.
사흘 전에도 배기종은 팀을 수렁에서 구했다. 프로통산 200번째 출전이었던 지난달 30일 부천전에서 팀이 1-2로 뒤지고 있던 후반 45분 극적인 동점포로 무패 행진을 지켜냈다. 경남 구단은 단독선두 자리를 굳힐 기회였던 2위 부산과의 맞대결에서 주장 배기종의 200경기 출전 기념식을 열었다. 경기 결과 탓에 행여 김빠진 잔치가 될까봐 하프타임에 행사를 열기로 했다. 배기종이 터뜨린 득점포가 우려를 기우로 만들었다. 배기종 뿐만 아니라 '낙동강 더비'를 승리와 무패 연장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경남도 기분좋게 웃은 잔칫날이었다
한편, 아산은 같은시간 펼쳐진 수원FC와의 챌린지 10라운드에서 1대0으로 이겼다. 서울 이랜드 역시 성남에 2대0으로 완승했고, 안양은 대전에 3대2로 역전승 했다.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