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팀에서 준우승까지. 서울 삼성 썬더스는 이상민 감독 부임 후 3시즌 동안 단계적으로 성적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다음 시즌 전력 구상에 대폭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을 우승 후보로 꼽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언더사이즈 빅맨 마이클 크레익을 영입하고, 트레이드로 김태술을 데리고 왔지만 우승 전력이라고 보기에는 힘들었다. 그러나 삼성은 이 두 사람의 시즌 초반 활약을 앞세워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5라운드 후반에 엇박자가 생겨 결국 정규리그 우승은 하지 못했다. 3위로 시즌을 마감한 삼성은 6강 플레이오프, 4강 플레이오프를 지나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했다. 비록 안양 KGC인삼공사에 우승을 내줬지만, 분명 성장한 모습이다.
삼성은 이상민 감독 부임 첫 해인 2014~15시즌 10위를 기록했다. 그냥 꼴찌가 아니라 압도적인 꼴찌였다. 다른 팀들과 실력 차이가 크게 날 정도였다. 당시 신인이었던 김준일이 고군분투했지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운까지 따르지 않으면서 성적 상승 요인이 전혀 없었다. 다행히 지난 시즌에는 울산 모비스 피버스를 우승으로 이끈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영입하면서 조금씩 팀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베테랑 주희정도 삼성의 힘 약한 가드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비록 우승을 눈 앞에서 놓친 것은 아쉬워도, 삼성에게 '마지막까지 잘 싸웠다'고 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3시즌 동안 급성장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상민 감독도 2일 6차전 패배로 준우승을 확정지은 후 "아쉬움은 남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 그만큼 최선을 다했다.
이제 삼성은 짧은 휴식 후 다음 시즌 구상에 들어가야 한다. 대폭 전력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상민 감독 역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우리팀 FA(자유계약선수)도 있고, 타팀 FA도 있다. 군대에 입대하는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예고했다.
삼성은 주전 중 김준일과 임동섭이 상무 입대를 앞두고 있다. 김준일은 올 시즌 다소 주춤한 모습도 보였지만, 그래도 신인 시절부터 꾸준히 주전으로 뛰며 경험을 쌓은 카드다. 임동섭은 삼성의 귀한 '슈터' 자원. 2번(슈팅가드) 역할도 해주며 외곽 공격을 맡았던 임동섭까지 빠지는 것은 현재의 팀 구성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FA도 많다. 삼성은 내부 FA만 8명이다. 전체 선수단의 절반 가량. 주장 문태영도 FA 자격을 재취득 했고, 주희정 이관희 이시준 등이 시장에 풀린다. 외부 FA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KGC를 우승으로 이끈 오세근, 이정현을 비롯해 김동욱(오리온) 박찬희(전자랜드) 등 대형 자원들이 FA 자격을 얻었다. 문제는 삼성 구단이 어느 정도의 투자를 하느냐다. FA 영입 선택으로 전력 구상 전체가 달라질 수도 있다.
정규리그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도 '초강철 체력'을 보여준 라틀리프는 다음 시즌까지 삼성과 계약할 수 있다. 큰 변수가 없다면 다음 시즌에도 리그 최정상급 활약을 해줄 선수다. 다만 라틀리프와 호흡을 맞출 언더사이즈 외국인 선수를 어떻게 선발하느냐가 관건이다. 크레익은 시즌 초반과 후반 기복이 지나치게 컸고, 경기 흐름을 끊는 '기록되지 않은 실수'도 많았다. 재계약이 희박하다고 본다면, 약한 포지션인 가드진을 보강할 수 있는 빠른 선수를 영입해 라틀리프와 호흡을 기대할 수도 있다.
정규리그 54경기에 플레이오프 16경기. 70경기 동안 삼성은 훨씬 더 단단한 팀이 됐다. 플레이오프에서 2년 연속 단 하나의 슛으로 승패가 갈리는 것을 보며 얻은 교훈도 많았을 것이다. 이제 그동안 얻은 교훈과 성과로 전력을 어떻게 꾸리느냐가 비시즌 최대 숙제다. 삼성은 2005~06시즌 이후 챔프전 우승을 하지 못했다. 갈증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