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두산 베어스는 2명의 신인을 영입했다. 제물포고 출신 고졸 신인 박치국과 경성대 출신 대졸 신인 김명신이 그들이다.
하지만 신인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한 것일까. 한명은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또 한 명은 2경기만에 '⅔이닝용'이 됐다.
2차 드래프트 2라운드 20순위로 지명돼 두산에 입단한 김명신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서서히 존재감을 과시했다. 느리지 않은 구속에 제구력과 완급조절 능력까지 갖춰 전력분석팀으로부터 '우완 유희관'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시범경기에서도 두둑한 배짱을 앞세워 공격적인 피칭을 하며 김태형 감독의 눈에 들었고 결국 입단 동기인 박치국이 시즌 개막에 앞서 퓨처스리그에 내려갈 때도 김명신은 '롱릴리프'라는 자리를 얻었다.
지난 달 15일 NC 다이노스 전에서 마이클 보우덴의 부상과 고원준의 부진으로 첫 선발의 기회를 얻었을 때도 김명신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5이닝동안 6안타를 맞고 볼넷 한개를 내줬지만 삼진을 4개 잡고 단 2실점만 하며 프로 데뷔 첫 선발승을 따냈다.
이정도 성적이라면 기존 선발 투수가 부진할 때 충분히 그 자리를 메워줄 수 있는 자원이다. 김 감독의 입장에서는 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에 이어 함덕주라는 5선발을 발굴해냈고 든든한 김명신까지 '밥을 안먹어도 배부를'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 달 25일 김명신의 부상은 뼈아팠다. 넥센 히어로즈 전에 선발 등판한 김명신은 1회말 김민성의 강습 타구를 얼굴에 맞았다. 안면부 좌측 광대 부분이 3군데 골절 됐고 오는 2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할 예정이다.
박치국은 오랜만에 두각을 나타내는 고졸 신인이라 큰 기대를 모았다. 2차 드래프트 1라운드 10순위로 두산에 지명된 박치국은 전지훈련에서도 신인 답지 않은 배짱있는 투구로 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범경기에서도 괜찮았다. 네 경기에 구원 등판해 총 4이닝 6안타 2실점으로 무난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개막이 되자 실전에 곧장 투입할 수 있는 김명신이 1군에 남았고 박치국은 퓨처스리그에 갔다.
퓨처스리그에서 박치국의 성적은 '압도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다. 총 4경기 등판해 10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피안타는 5개 뿐이었고 1볼넷에 삼진은 13개나 잡아냈다. 특히 16일 LG트윈스전에서는 4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최근 김명신의 부상으로 1군에 콜업된 박치국은 아직은 '미완의 대기'임을 보여줬다. 일단 주자가 나가면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이다. 지난 달 27일 넥센 히어로즈 전 2-4로 뒤지던 5회 마이클 보우덴을 구원 등판한 박치국은 2사까지는 퓨처스리그 모습 그대로였다. 배짱있게 던지며 단 7구만에 투아웃을 잡았다. 하지만 그 이후부턴 '악몽'에 가까웠다. 채태인을 볼넷으로 내보낸 후 김민성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주자 1,3루 상황이 되자 박치국은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배짱있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도망가는 피칭만 했다. 결국 이택근과 박정음에게 볼넷을 내주고 강판됐다. ⅔이닝동안 볼넷 3개를 내주고 3실점했다.
30일 롯데 자이언츠 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0-5로 뒤지던 9회 무사 1루에 등판한 박치국은 김동한을 삼진으로 잡고 번즈를 2루수 땅볼로 아웃시켰다. 하지만 이대호 최준석 김문호에게 연이아 안타를 맞고 실점했고 결국 김강률로 교체됐다. 이쯤되면 '⅔이닝용 투수'라는 말을 들을만 하다.
김 감독은 박치국에 대해 "공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정면 승부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앞으로 본인이 이겨내야할 부분"이라고 했다. 경험부족에서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두산이 기대를 가지고 데려온 두 투수, 아직은 2% 부족한 모습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