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이기고 싶었습니다. 이겨야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선 양희종과 이정현은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냈다.
안양 KGC인삼공사가 우승에 한발짝 더 다가갔다. KGC는 2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와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88대82로 승리했다. 후반 집중력이 빛을 냈다. 4쿼터 중반까지 뒤지던 KGC는 국내 선수들의 집중력이 폭발하며 5분 사이 역전극을 만들었다.
여러모로 불리한 싸움에서 거둔 값진 승리. KGC 선수들은 2차전 이정현과 삼성 이관희 사이에 벌어졌던 신경전으로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삼성의 홈에서 열린 3차전은 경기 내내 홈팬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당사자인 이정현과 주장 양희종이 공을 잡으면 유독 야유 소리가 커졌다. 힘든 상황에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승리였다.
경기 후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나란히 앉은 양희종과 이정현은 지난 이틀간의 마음고생이 역력했음을 털어놨다.
"농구를 하면서 이런 야유를 들은 것이 처음이었다"는 이정현을 "많이 힘들었다.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해서 감정 컨트롤을 못했다. 어떻게든 참았어야 했고, 내가 아직 부족해 그런 상황이 나온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팀에 안좋은 피해를 입힌 것 같아 마음 고생이 심했다"고 말했다.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 이정현은 "사실 오늘 이정도(야유)일지는 몰랐다. 많이 흔들렸는데 희종이형이 '신경쓰지 말고 플레이하라'고 해줬다. 다른 동료들도 내 마음을 알았는지 격려를 많이 해줬다. 많은 힘을 얻었다. 개인 욕심 다 버리고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열심히 할 생각"이라며 함께 뛰는 KGC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또 "나를 싫어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오늘도 우리팬들을 보며 힘을 냈다.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곁에서 이정현을 지켜본 주장 양희종도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양희종은 "오늘 정말 이기고 싶었다. 시작부터 우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간 것 같아서 이기고 싶었고, 이겨서 기분이 좋다. 왜냐면 이겨야 말을 할 수 있지 않겠나. 정현이도 잘못한 부분이 있고, 이관희도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한쪽을 너무 나쁜 사람을 만드는 것 같아서 섭섭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이겨야 떳떳하게 말할 수 있으니 꼭 이기고 싶었다"고 다시 강조한 양희종은 "우리 선수들이 오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무장을 하면서 경기를 했다. 후배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표정에 짙은 섭섭함과 마음 고생이 묻어있었다.
오는 28일 잠실에서 열리는 4차전은 징계가 끝난 이관희가 뛸 수도 있다. '다시 뛰게 될 수도 있는데 껄끄럽지 않겠나'라는 질문에 이정현은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그 선수도 그 선수만의 플레이가 있다. 그런 부분을 신경쓰지 않고, 나도 흥분하지 않으면서 챔프전에 맞는 경기력을 보여주겠다. 신경전에 말리지 않겠다"고 각오했다.
잠실실내=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