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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체육] 현장의 느낌표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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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리포트, 학교체육 갈 길을 찾다>



스포츠조선은 그동안 '학교체육활성화'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지난해에도 정말 바빴습니다. '학교체육활성화'의 길을 찾기 위해 이곳 저곳 많이 '쑤시고' 다녔습니다.

대한체육회와 여학생 자유학기제를 위한 '미드림(美-Dream)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학교체육, 갈 길을 찾다'는 주제로 장장 4시간여의 포럼도 가졌습니다. 교육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학교체육중앙지원단과는 '학교체육대상'을 신설, 현장에 응원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아, 스포츠클럽 모범사례를 소개하는 '심쿵체육시간'도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발품을 팔면서 또 한번 절실히 느꼈습니다. '학교체육', 정말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는 사실 말입니다.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투자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지난 한해 현장에서 느낀 것들, 들었던 것들, 주위의 조언들을 묶어 보고서를 내기로 했습니다. 'SC현장리포트, 학교체육 갈 길을 찾다'입니다. 정치권의 학교체육 최고 전문가인 안민석 의원의 말도 들어봤습니다. 거창하지 않은, 작지만 귀담아 들어야 할 목소리들 입니다.

곧 새 대통령이 선출됩니다. 새롭게 출범할 정부가 한번, 꼭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편집자주>



<시리즈 순서>

①현장에서 느낀 것들.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②현장에서 들은 것들. "어른들 논리는 그만, 높이는 아이들 눈에"

③안민석의원이 말하는 것들, "체·문·예 늘리고, 국·영·수 줄이자"

지난해 9월, 2016학년도 2학기 시작과 함께 '미드림(美-Dream) 프로젝트'가 닻을 올렸습니다. 자유학기제에 맞춰 스포츠조선과 대한체육회가 여중생을 위해 준비한 체육 체험 프로그램. 아름다운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여중생들의 유쾌한 도전의 시작이었습니다.

학교체육을 통해 커가는 아이들을 취재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때로는 두 번) 체육 시간을 찾아갔습니다. 10년여 만에 밟는 중학교 교정,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서고 살짝 긴장까지 되더군요. "요즘 중학생들 무서우니 웬만하면 피하라"고 하는 그 아이들 아닙니까.(ㅋㅋ)

처음 만난 여중생들은 말 그대로 '막 나갔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했고, 말도 '참' 안들었습니다. "어느 신문사예요?", "에이, TV 나오는 거 아니죠?", "아 저 말고 쟤 인터뷰하세요. ㅋㅋ"…. 아 정말, 시간은 없는데 도움이 안되더군요. 담당 선생님께서 잘 구슬려 주신 덕분에 겨우 겨우, 가까스로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힘겹게 끝마친 첫 번째 시간. 휴~. 한숨이 절로 나오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갈수록 뭔가 달라져가더라구요. 첫 번째보다 두 번째, 두 번째보다 세 번째 취재가 조금 더 편하게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여중생화(化) 된 것일까요. 아닙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우리 아이들이 조금씩, 한 걸음씩 변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미드림 프로젝트가 거듭될수록, 체육 시간을 즐거워하는 아이들이 늘어날수록 우리 아이들은 '건강'해졌습니다. 부모님과 선생님은 물론, 아이들 스스로도 느낄 정도였죠.

동대부여중에 갔을 때였습니다. 반장 (강)신영이에게 미드림 프로젝트를 통해 바뀐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전에는 친구들이 힘들게 하면 소리를 지르곤 했어요. 그런데 같이 땀흘리며 운동하니까 배려심이 생기더라고요. 친구들에게 짜증내는 횟수가 줄어들었어요." 어렵게 털어놓은 속마음이 어색한듯 수줍게 웃었습니다.

(남)선우는 인생(?)의 친구를 만났습니다. "어떻게 하다보니 (손)예진이와 같은 조가 됐어요. 둘이서 '열심히 하자'는 얘기를 많이 했거든요. 마음을 맞춰서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죠. 이제는 가정 시간에 모둠 활동까지 같이 하고 있어요."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미드림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한 안산성호중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180도 달라져 있었습니다. 차갑고 낯을 가렸던 소녀들은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저 기억하세요?"라며 서슴없이 다가왔습니다. 인터뷰하기 싫다며 도망치던 아이들은 "이번에는 저도 인터뷰 해주세요"라며 손을 번쩍 들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1개도 하기 힘들었던 윗몸일으키기를 이제는 15개나 한다고 자랑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체육 활동을 통해 조금씩 달라진 우리 아이들. 친구에 대한 배려는 물론이고 긍정 에너지도 가득했습니다. 교장선생님들은 "학교 폭력이 많이 줄었고, 아이들의 분위기가 밝아졌다"고 많이 좋아하시더군요. 아이들은 "열심히 뛰니까 집중력도 높아지고, 자연스레 성적도 쑥쑥 올랐어요"라고 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크게 변한 점은 주변 사람을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이전에는 오직 '나'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옆에 있는 친구부터 가족과 선생님까지 소중히 여긴답니다.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이)현정이가 대표적입니다.(현정이는 '심쿵체육시간'을 통해 알게 된 초등학생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곁이 아닌 보호 시설에서 생활하던 현정이는 무척이나 고독한 친구였습니다. 거친 눈빛에 반항적인 말투. 현정이를 가르쳤던 채연실 고은초 교장선생님은 "온 몸으로 세상에 대한 분노와 혼자된 외로움을 표현했던 것 같아요"라고 첫 인상을 전했습니다.

그 현정이는 지금 그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현정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15년 가을, 고은초등학교 여자 축구부 '고은WFC'에 합류했습니다. 운동신경 좋기로 유명했기에 단숨에 '에이스'로 뛰어 올랐죠. 그라운드 위에서 긍정 에너지를 발산한 현정이는 2016년 학교스포츠클럽 전국축구대회 왕중왕전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잠재력을 인정받은 현정이는 축구부가 있는 학교로 진학해 '제2의 지소연'을 꿈꾸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어느날 현정이가 저를 보고서는 저 멀리서 달려오더라고요. '안녕하세요!' 씩씩하게 인사하더니 이내 수줍게 편지를 내밀지 뭡니까. 현정이가 축구를 통해 느낀점, 친구들과 함께 뛰면서 자신이 바뀐 점을 솔직하게 담은 속마음이었어요. 사실 편지라는 것이 특별한 건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현정이가 건네준 그 편지는 정말이지 꽃만큼이나 아름답고 예뻤습니다." 채연실 교장선생님이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전한 사연입니다.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남학생 이야기도 하나 해볼까요. 인천 청량중에는 '청량원더스'가 있습니다. 야구클럽이죠. 2013년에 창단했는데 2015, 2016년 연속으로 전국대회 정상에 올랐습니다.

이 원더스 아이들은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주장 (박)상천이는 학교 내 '안전지킴이', 부주장 (정)지혁는 전교 부회장을 맡고 있죠. 이도현 담당 선생님 "소위 '문제아'로 불리던 학생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원더스' 활동을 통해 엇나간 길에서 돌아섰죠"라고 귀띔했습니다. 그 학생이 누구인지는 쉿, 비밀입니다.(ㅋㅋ)

원더스 멤버들은 '플레잉코치'와 '벌점' 제도를 통해 자율적으로 팀을 운영합니다. 서로 돌아가면서 타격, 수비, 피칭 등 포지션별로 그룹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훈련 방법을 전달하는 게 플레잉코치 제도입니다. 벌점제는 학업성적이 떨어지거나, 맡은 일에 소홀할 경우 자체적으로 징계를 주는 제도입니다. 벌점 10점이 넘어가면 훈련을 하되 정식 경기에서는 뛰지 못하게 됩니다. 이도현 선생님은 "우리팀에는 엘리트 선수가 없어요, 결국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 스스로 해야하는데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심어주기 위해 자율 시스템을 만들었죠"라며 "책임감이 투철해서인지 멤버들의 학업성적이 많이 올라 학교내에서 인기도 좋아요"라고 웃었습니다.

부주장 지혁이는 "솔직히 야구부도 하고 부회장도 하려니 힘든 점이 있어요. 그런데 야구를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거든요. 최근 사춘기가 왔는지 우울했던 적이 많았는데 원더스 활동을 한 뒤 마인드가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라고 했습니다. 이들을 적극 지원해주시는 박종진 교장선생님은 "체육은 하나의 생활입니다. 아이들이 몸을 제대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죠"라며 "특히 '원더스' 아이들은 야구를 통해 배려와 협동을 배우고 있습니다. 체육은 교육 이전에 생활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한 해 학교체육 현장을 정신없이 뛰어다녔습니다. 한 20여 학교를 돌아다녔던 것 같습니다. 힘들었지만, 정말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체육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건강하게 변했고, 배려와 인내심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보면서 '아이들이 뛰는 게 왜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됐습니다. 운동은 체력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정신도, 마음도, 꿈도 키워줍니다. 미래를 위한 확실한 투자, 바로 '학교체육'이라고 저는 단언합니다. <학교체육 현장에서 김가을 기자>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