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도 우승팀 선수단이 청와대에 방문하는 추억을 만들 수 있을까.
갑작스럽게 치러지는 '장미대선'에 나라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각 후보들마다 민심을 얻기 위해 발 벗고 뛰고 있다. 보통 시즌이 끝난 겨울에 치러졌던 대선이 올해는 프로야구 시즌 초반과 맞물렸다.
본격적으로 유세에 나선 대선 후보들이 프로야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야구장을 찾은 관객수는 총 833만9577명. 야구팬들의 표심만 얻어도 엄청난 플러스 효과가 생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최근 광주 유세에서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단상에 섰다. 부산에서는 롯데 자이언츠 푸른색 유니폼을 입었다. 현재 KIA, 롯데 유니폼이 아니었다. 광주에선 KIA 전신 해태의 빨간 상의를 착용했고, 롯데 올드 유니폼을 걸쳤다. 옛 해태, 롯데를 잊지 못하는 팬들이 의식한 것이다. 문 후보는 김응용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김성한 전 KIA 감독, 박정태 전 롯데 2군 감독 등이 함께 했다. 부산에선 유명인사인 롯데 치어리더 박기량씨도 더불어민주당 지역 경선 때 캠프에 참여했다. 문 후보는 부산의 야구 명문 경남고 출신으로, 야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야구장을 찾을 계획이었다.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빅매치 LG 트윈스-KIA 타이거즈전 관전을 위해 직접 티켓을 예매했다. 야구장을 찾은 관중들과 직접 스킨십을 나눌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다른 일정 때문에 경기장을 찾진 못했다. 오랫동안 사회인 야구를 해 온 유 후보는 야구광으로 알려졌다. 유 후보는 야구 명문 경북고 출신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경남고의 라이벌이자 야구 명문 부산고를 졸업했다. 평소 야구를 즐겨본다는 얘기는 없으나,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모교 야구부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지난 6일 광주에서 열린 호남제주선거위 발대식 및 필승 결의 대회 때 KIA 타이거즈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하고 무대에 올랐다. 광주 지역 표심을 의식한 퍼포먼스였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또한 고 최동원 한화 이글스 2군 감독 관련 다큐멘터리에 출연할 정도로 야구와 인연이 있다. 심 후보는 2014년 롯데 선수단 불법 CCTV 사건이 터졌을 때 선수 인권 차원에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치 지도자 중에서 특정 프로팀을 응원한다고 밝힌 인사는 많지 않다. 야구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지역 정서상 적극적으로 나서지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 특정 지역에 연고를 둔 프로팀을 응원하면 전국적인 표심을 잃을 가능성이 있어 조심스러울 것이다.
미국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시카고 화이트삭스 사랑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시카고 컵스 선수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나는 화이트삭스 팬들 중 최고의 컵스 팬"이라는 위트 넘치는 코멘트를 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 미식축구, 야구, 종합격투기를 가리지 않는 스포츠 마니아다. 예일대 야구부 출신인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주를 지냈다.
미국에서는 스포츠와 정치는 철저히 별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컵스 선수들을 초청해 "스포츠는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고 화합의 매개가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는 아직 이런 문화가 자리잡지 못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프로야구 정규시즌, 올스타전, 한국시리즈 때 시구를 한 정도다. 주요 인사 중에선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두산 베어스 열성팬으로 알려져 있다.
새 대통령이 야구 뿐 아니라 국내 프로 스포츠 우승팀을 청와대에 초청해 축하를 하면 어떨까.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나타내면 프로 스포츠 산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축하를 해준다면 구단 관계자, 선수단도 큰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새 대통령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