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을 바꾸기로 한 두 팀의 행보는 완전히 달랐다.
한 팀은 지도자 경험이 한번도 없었던 스타플레이어가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고, 다른 한 팀은 우승 경험이 있는 지도자다. 창원 LG 세이커스와 원주 동부 프로미의 얘기다.
김 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은 LG는 현주엽이라는 깜짝 카드를 냈고, 김영만 감독과 이별한 동부는 KGC의 첫 챔프전 우승을 이끌었던 이상범 감독을 팀의 재건을 위한 적격자로 생각했다.
LG의 선택을 모두가 '도박'이라고 한다. 현주엽이 현역시절 뛰어난 기량으로 맹활약했던 스타플레이어지만 은퇴 후 지도자를 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선수시절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휘문고와 고려대를 거쳐 1998년 SK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현 감독은 이후 골드뱅크, KTF(이상 현 kt)를 거쳐 2005년부터 LG 유니폼을 입었다. 2008~09시즌을 끝으로 LG에서 은퇴한 이후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오는 등 방송인으로 지내 왔다.
1m95의 육중한 체구로 뛰어난 탄력을 자랑했고, 어시스트에도 탁월한 기량을 뽐내 '포인트 포워드'로 불리기도 했다. 정규리그 통산 성적은 397경기서 13.3득점에 5.2어시스트, 4.1리바운드다. 또 트리플더블을 7차례 기록해 국내 선수로는 주희정(8회ㆍ삼성)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트리플더블 기록을 가졌다. 또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금메달에도 큰 기여를 했었다.
문경은(SK) 이상민(삼성) 김승기(KGC) 조동현(kt) 등 많은 감독들이 현 감독과 같은 시절에 스타로 활약했던 이들. 팬들로선 감독들의 자존심 대결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코치 경험이 전혀없이 감독이 되는 것에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가 선수로서는 좋은 기량을 보였지만 지도자로선 어떤 자질이 있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현 감독이 숨겨왔던 지도자 본능을 발휘해 팀을 우승시키지 말란 법도 없다. 그렇게 되면 분명 '대박'이고, 그의 자질을 알아본 LG의 안목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 하지만 반대가 될 가능성도 있는게 사실이다. LG가 우승에 목말라 있는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현 감독은 분명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카드임엔 분명하다.
동부의 선택은 우승 경험이 있는 지도자였다. 게다가 리빌딩이 필요한 동부에겐 더욱 적격이란 평가가 나온다. KGC시절 리빌딩은 통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2009년 KGC의 사령탑에 오른 이 감독은 미래를 보고 팀을 꾸렸다. SK에서 뛰던 김태술을 영입하며 당시 팀의 간판이었던 주희정을 보냈고, 곧바로 김태술과 양희종을 군에 보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박찬희 이정현 오세근을 뽑으면서 새롭게 팀을 구성한 뒤 양희종과 김태술이 돌아온 2011∼2012시즌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동부는 이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하는 시기다. 2002년부터 팀의 간판으로 활약한 김주성이 뛸 수 있는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 윤호영은 부상이 너무 잦고, 가드 허 웅은 상무 입대를 한다. 두경민도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등 주축 선수들이 함께 하기 힘든 시기다. 이 감독을 선임했다는 것은 당장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팀을 재편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감독을 바꾸면서 다른 선택을 한 LG와 동부가 다음 시즌 어떤 길을 걸을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