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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 이제 '브랜드'가 된 아이유, 국민여동생의 기특한 '성장'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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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아이유가 다시 무대에 섰다. 가수에서 싱어송라이터, 이제 프로듀서로 영역을 넓힌 만큼, 그 이상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미 가수로 정점에 선 아이유가 프로듀싱 능력을 재검증받는다.

아이유는 21일 오후 서울 합정동 신한카드 판스퀘어 라이브홀에서 정규 4집 '팔레트'(Palette) 발매 기념 음감회를 열고 컴백을 알렸다. 이번 앨범은 지난 2013년 발표한 '모던 타임즈'(Modern Times) 이후 약 3년 반 만의 정규 새 앨범이자, '챗-셔'(CHAR-SHIRE)에 이어 아이유가 직접 지휘한 두 번째 프로듀싱 앨범이다.

이날 아이유는 컴백을 앞두고 선공개 2곡이 1, 2위를 차지한데 대해 "오랜만에 나온 음원이니 만큼 팬 여러분들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걱정 많이 했는데 결과가 좋아 정말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이유의 신보 '팔레트'의 키워드는 '서정성'과 '실험성'이다. 열 곡의 아름다운 물감과도 같은 음악이란 의미에서 '팔레트'란 앨범 타이틀도 붙였다. 직접 프로듀싱한 앨범에는 알앤비, 팝, 일렉트로닉 장르 등 다양한 음악들이 아이유의 해석으로 실렸다.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성과 더불어 장르적으로 확장한 시도가 인상적이다.

앨범 타이틀 '팔레트'에 대해서는 "어릴 적 초등학생 때 미술시간에 그림보다 예쁜 팔레트에 눈길이 많이 가더라. 팔레트 자체가 도구이지만 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음반에 대해 소개했다.

10곡을 밀도있게 구성한 앨범은 진솔하고 담백한 이야기를 압축해 전달한다. 지금의 아이유를 만들었다 평가받는 기존 프로듀싱진의 참여를 배제한 채 오로지 프로듀서 아이유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 음악을 꾸렸다. 빅뱅 지드래곤, 영화감독 겸 기타리스트 이병우, 재즈 뮤지션 손성제,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 오혁, 샘김 등 장르를 넘나드는 실력파 뮤지션들이 아이유의 음악을 덧칠했다. 아이유 본인도 자신감이 넘쳤다.

아이유는 "참여했던 어떤 앨범보다 곡이 좋다고 자부한다. 자신도 있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실거라 생각한다. 한 곡 한 곡 애정이 많이 간다"고 앨범을 소개했다.

선공개곡들에 대한 후기도 전했다. 아이유는 '밤편지'에 대해 "보통 아이유의 목소리에 가장 어울린다고 하시는 어쿠스틱 기타와 어우러진 곡으로, 밤에 가사 작업을 했는데 조심스럽게 눌러담는 마음으로 노랫말을 붙였다. 행복했다"고 후기를 전했다. 또 밴드 혁오의 보컬 오혁과의 작업에 대해서는 "오혁과 함께한 '사랑이 잘'은 설정과 캐릭터를 정해놓고 '이 상황에선 뭐라고 할래?' 라면서 작업했던 곡"이라며 "작업 과정이 유난히 즐겁고 골치 아팠다. 동갑내기 친구이기 때문에 의견 마찰도 많았지만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첫 번째 타이틀곡인 '팔레트'는 스물다섯 아이유가 털어놓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정한 시각으로 담아낸 신스팝 장르의 곡이다. 아름답고 찬란한 청춘의 단면을 포근한 신스 사운드와 가사로 풀어낸 노래로, 지드래곤은 피처링에 참여해 활력을 더했다. "저의 이야기를 담은 곡"이라 소개한 아이유는 "지난 앨범 타이틀곡 '스물셋' 때는 이게 좋아요. 저게 좋아요. 극과 극에 대한 감정을 담았다면, 이번엔 제가 좋아하는 정도는 짚어낼 수 있는 주관을 말한 노래다. 이제 나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전적 얘기를 담았다.

스물다섯의 일기장을 들쳐보듯 노랫말로 속내를 드러낸 아이유는 곡 초기 작업 때부터 지드래곤에 조언을 구했다. 그는 "음악적으로 지드래곤의 팬이기도 했다. '팔레트'란 곡을 만들면서 곡 작업 과정에서 조언을 많이 구했는데 나중에 보니 랩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 피처링을 제안했다"고 후기를 전했다.

이어 "트랙 안에서 스물다섯이 아닌, 다른 나이로 선배로써 조언과 위트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지드래곤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만족스런 작업을 하게 됐다. 기대 이상의 작업이었다"고 소개했다.

'팔레트'가 실험적인 시도라면, 또 다른 타이틀곡 '이름에게'는 아이유의 가창력이 돋보이는 대표 발라드다.

웅장한 스트링 선율로 감동을 전달하는 팝 발라드곡 '이름에게'는 아이유의 오랜 음악적 파트너인 이종훈이 작곡하고, 김이나가 공동 작사했다.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힘 있는 목소리가 위안을 전달하는 노래다. 이외에도 청량한 팝 재즈곡 '이 지금', 선우정아와 아이유가 함께 한 '잼잼', 흥미로운 노랫말이 돋보이는 인디팝 장르의 '블랙아웃' 등 독창적이고 변화무쌍한 음악들로 아이유의 음악적 성장을 대신했다.

현재 아이유는 선공개곡 2곡으로 차트 1, 2위를 줄세우기 하고 있다. '밤 편지'가 향수를 자극하는 통기타 소리의 따뜻함, 연애편지를 쓰듯 써내려간 노랫말이 인상적인 노래라면, '사랑이 잘'은 아이유와 오혁 두 '음색깡패'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곡. 이별의 갈등을 겪고 있는 권태기 남녀의 시점에서 노래한 알앤비 곡이다.

전작인 미니 4집 '챗 셔'는 프로듀서 아이유를 재발견했다는 의미에서 흥미로운 앨범이다. 이미 싱어송라이팅 능력과 더불어 서태지 김창완 등 선배 뮤지션들의 워너비 파트너로 세대를 아우른 농익은 감각을 뽐내온 그는 작사 작곡은 물론 무대 연출까지 조율한 프로듀서의 능력을 능숙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이 앨범으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당시 초반에는 음원 차트 '줄세우기'로 여전히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신곡을 놓고 재해석의 자유, 저급한 콘셉트 등의 상반된 의견이 편 가르듯 쏟아졌다. 아이유는 데뷔 이래 가장 큰 풍파를 감내해야 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생애 처음으로 프로듀싱한 앨범이라서 더욱 아팠다. 아이유 역시 이 앨범을 "아픈 손가락"이라 했다.

자신의 생각과 감성을 직접 노래로 표현하는 싱어송라이터와 전체 큰 그림을 두고 작업하는 프로듀서의 능력은 차별화된 영역이다. 프로듀서는 본인의 약점은 가리고 장점을 충분히 살려내야 하는, 전체그림을 그릴 줄 아는 능력을 요구받는다. 지난 앨범은 아이유가 자신의 모습을 구석구석 투영해 만들었다고 밝힌 음반이었고, 시행착오를 거쳐 이번엔 10년 경력의 노하우를 모두 쏟았다.

아이유는 컴백과 동시에 음악방송 활동에도 나선다. 그간 앨범 발매 및 단독 콘서트 활동에 집중하며 제한적인 활동을 펼쳐온 아이유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음악방송 무대다. 아이유가 음악방송 무대에 서는 것은 지난 2013년 정규 3집 '모던 타임즈' 타이틀곡 '분홍신' 이후 약 3년 6개월 만. 이후 발표한 자작곡 '금요일에 만나요' '스물셋' 등은 특별한 활동 없이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아이유는 "올해로 데뷔 10년이 됐다. 아직도 여러 면에 능숙하지 않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주위에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것이다"라며 "오랜만에 방송 무대에 서면서 신인처럼 활기차게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제 주위에 사람들이 늘어날 수록 책임감도 크게 느낀다. 단순히 소리를 내기 보다는 저의 생각을 얘기할 줄 아는 가수로 성장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가요계에서 아이유의 행보는 독보적이다. 2008년 데뷔한 15세 소녀 아이유는 자신보다 키가 큰 기타를 연주하며 싱어송라이터를 꿈꿨고 유명 뮤지션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 나오는 성숙한 음색과 가창력은 늘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했고 이젠 자신 이상으로 남을 읽어낼 줄 아는 감각도 갖췄다. 차근차근 내실을 다진 덕분에 스스로 가야할 방향 또한 잘 파악하고 있다. 무섭게 성장한 국민 여동생의 좋은 예다.

히트곡을 내고 음원차트 줄세우기를 경험하는 건 이제 크게 중요하지 않다. 소녀가수에서 국민여동생, 싱어송라이터이자 진심어린 스토리텔러로 성장한 아이유가 진짜 자기 노래로 인정받을 때다.

hero1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