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적절한 선택인데요."
정해성 A대표팀 수석코치(59)가 최근 '슈틸리케호'의 위기론을 잠재울 소방수로 대한축구협회의 권유를 받고 대표팀에 복귀했다.
신임 정 수석코치는 두 차례의 월드컵(2002년 4강, 2010년 16강)을 성공적으로 치른 뒤 K리그 제주, 전남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을 거쳐 현장으로 돌아왔다. 최근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슈틸리케호의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고 감독-선수의 가교 역할, 전술적인 조언 등 정 수석을 향한 기대가 크다.
이런 정 수석의 선임에 대해 적극 환영한 이가 있다. 황선홍 FC서울 감독(49)이다. 정 수석을 누구보다 잘 아는 후배 축구인이다. 황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홍명보 감독(항저우 뤼청)과 함께 '히딩크호'의 맏형으로서 '4강신화'를 이끈 인물이다.
당시 정 수석은 박항서 코치(현 창원시청 감독), 김현태 GK코치(현 FC서울 스카우트팀장), 핌 베어벡 수석코치와 함께 히딩크 감독의 신화 행진을 보좌했다.
황 감독은 2002년의 추억을 떠올리며 "정 선생님이 대표팀 수석코치로 영입된 것은 정말 적절한 선택이다. 그 때(2002년) 보여주신 통솔력이라면 지금 대표팀도 한층 나아질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일월드컵을 준비하고 치르면서 정 수석과 함께 한 시간들에 대해 "정말 좋았던 기억밖에 없다"는 황 감독이 정 수석의 복귀에 반색하는 이유는 정 수석 특유의 스타일 때문이다.
흔히 정 수석은 '호랑이 코치'로 잘 알려져 있다. 히딩크 감독 시절 가끔 선수들을 호통치며 분위기를 다잡았던 일화 때문이다. 하지만 황 감독은 "흔히 말하는 엄한 아버지 리더십처럼 그렇게 무서운 분은 아니다"면서 "선수들과 항상 부대끼며 선수들의 정서를 반영하고 컨트롤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정 수석은 선수와 소통하는 스타일이 강점이어서 현재 슈틸리케호가 안고 있는 단기적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적임자라는 게 황 감독의 생각이다.
황 감독은 최근 슈틸리케호에서 흘러나온 잡음 논란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2002년에는 고참 선수들이 중심을 확고하게 잘 잡았다. 중심축이 안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선수단 내부적으로 자체 결속과 단속이 잘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근 유럽파 점검을 마친 뒤 귀국 인터뷰에서 "팀 내부 상황을 발설하는 이에게는 과감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며 경고성 발언을 해 회자된 바 있다.
황 감독에 따르면 2002년 히딩크 시절에는 감독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자체 정화기능이 제대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내부 정돈이 잘 되니 '4강신화'라는 대업도 가능했다.
황 감독은 "당시 항명 소동 이런 얘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내부적으로 곧바로 정리가 잘 됐다. 선수단 스스로 힘을 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황 감독이 언급한 항명 소동은 당시 최용수(장쑤 쑤닝 감독)에 관한 해프닝을 말한다. 최용수는 한-일월드컵을 앞둔 프랑스와의 연습경기 도중 부상을 한 뒤 치료을 위해 한동안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는데 '히딩크 감독의 홀대에 훈련조차 거부한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이에 히딩크 감독은 오보임을 확인한 뒤 "바깥에서 우리를 갈라놓으려 하지만 함께 간다. 기사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수습하며 큰 문제없이 지나갔고 태극전사는 하나가 돼 4강신화를 쓸 수 있었다.
끝으로 황 감독은 당부의 말을 전했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구성원이 모인 조직에서 말이란 게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다만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중요하다."
새로 합류한 정 수석을 중심으로 다시 뭉쳐야 하는 후배 태극전사들이 명심해야 할 조언이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