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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왕 1순위? 이정후 "아직 불만족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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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일색. 넥센 히어로즈의 고졸 신인 외야수 이정후가 시즌 초반 리그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신인왕까지 가는 쉽지 않은 길. 이정후가 극복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올해 정규 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등록된 신인은 총 5명이다. 그중 고졸 신인은 이정후와 홍현빈(kt 위즈), 장지훈(삼성 라이온즈) 3명이었다. 또 10경기 이상 치른 현재까지 1군에 남아있는 선수는 이정후뿐이다. 홍현빈은 프로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2군에 내려갔고, 장지훈은 팔꿈치 부상을 입어 인대접합수술을 받게 됐다.

그만큼 프로에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인이 1군 엔트리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 또 거의 모든 구단들이 가능성 있는 신인을 곧바로 1군 실전에 투입하기보다 2군에서 갈고 닦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이정후는 특별한 케이스다.

넥센 구단도 지명 당시부터 이정후에 대한 어느 정도 기대치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이정후는 16일까지 14경기에 출전해 56타수 20안타(0.357) 2홈런 9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부터 1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까지 8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펼쳤다. 이정후의 플레이를 직접 본 타 팀 감독과 상대 선수들도 "타격 자질이 대단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보통 신인 선수들은 스프링캠프, 시범 경기에서 훨훨 날다가도 막상 시즌이 시작되면 얼어붙는 경우가 많다. 전력으로 플레이 하는 1군 선배들의 기세에 스스로 눌리는 것이다. 특히 타자인 경우 더 그렇다. 아마추어와 프로 투수의 수준은 하늘과 땅 차이다. 자신의 스윙을 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정후는 선배들로부터 "타석에서 순간적인 대응 능력이 엄청나게 좋다"는 칭찬을 받고 있다. 아버지 이종범의 타격 재능을 확실히 물려받았다.

현재까지는 유력한 신인왕 후보. 물론 아직 넘어야 할 벽이 많다. 먼저 체력적인 부분이다. 신인 선수가 풀타임 1군에 머물면서 144경기를 출전하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 넥센에 좋은 외야수가 많아 무리하게 경기에 나설 필요는 없지만, 체력 안배를 한다고 해도 강행군을 버티기 힘들다.

또 이정후의 최대 장점이 타격이지만, 아직 수비나 선구안 등 보완점이 분명히 있다. 체력적인 고비가 찾아올 경우 타격 슬럼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코칭스태프와 이정후 스스로 일찌감치 장기적인 준비에 들어간 이유다.

하지만 멘탈적인 준비는 충분히 돼있다. 이정후는 "고등학교때는 승패에 따라 일희일비했었는데, 프로에서는 져도 다음 경기가 있으니 잘하자는 생각이 든다"면서 "지금까지의 내 성적은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바람은 한가지. "시즌이 끝났을 때 스스로 생각해도 한 단계 발전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주위에서 이정후를 지켜보는 구단 사람들도 "정말 빠른 속도로 배우고, 실력이 발전하는 모습이 눈이 보인다. 과감한 성격 덕분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만약 이정후가 신인왕을 받으면, 넥센은 구단 창단 이후 3번째로 배출하게 된다. 2012년 서건창, 2016년 신재영이 받았었다. KBO리그는 2007년 임태훈(당시 두산 베어스) 이후 고졸 루키 신인왕이 없었다. 중고 신인이 대세였다. 이정후가 받게 되면 10년만에 순수 신인왕이 탄생한다. 또 아버지 이종범이 양준혁(당시 삼성 라이온즈)에 밀려 받지 못했던 신인왕의 '한'을 풀 수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