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 썬더스가 6강 플레이오프에서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와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간신히 승리하며 4강 플레이오프에 올랐을 때만해도 정규시즌 2위로 기다리고 있던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가 여유있게 승리하고 챔프전에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 팬들이 많았다. 하지만 양상은 오리온이 벼랑끝에 몰려있다. 삼성이 2연승을 거둬 챔프전 고지에 1승만을 남겼고, 오리온이 15일 열린 3차전서 간신히 승리하며 1승을 챙겼다.
이렇게 삼성이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주희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주희정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사실상 주전 가드로 나서고있다. 정규시즌에서 주전가드로 활약했던 김태술이 무릎 통증으로 인해 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백업 가드였던 주희정이 팀을 통솔하며 승리를 이끌고 있는 것.
주희정이 있었기에 삼성이 선전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규리그에선 평균 9분 정도만 뛰며 김태술의 체력 관리를 위한 플레이를 했었던 주희정이었다. 그러나 그의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플레이오프에서 자신의 진가를 다시 보여주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직접 알리고 있다.
지난 13일 2차전에서는 27분여를 뛰며 8득점, 5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팀의 84대77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4쿼터 중반 팀 사기를 높이는 결정적인 3점포를 터뜨리기도 했다. 15일 3차전에서도 팀이 아쉽게 패했지만 20분을 뛰며 5득점, 5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렇게 갑작스런 많은 출전에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준비였다고 했다. 주희정은 "정규리그에서 벤치에 앉았지만 농구를 놓지는 않았다. 기회가 오면 어떻게 리딩을 해야할지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다. 선수들의 장점을 파악하면서 어떻게 하면 장점을 살릴 수 있을까 준비했던게 지금 플레이오프에서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 플레이 타임이 줄었다고 투덜대거나, 이제 나를 쓰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절망하지 않고 그는 때가 오기를 기다린 것이다.
꾸준한 체력관리로 여전히 많이 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주희정은 "이제 젊었을 때처럼 풀타임을 뛸 정도는 안되지만 체력이 안되면 은퇴했을 것"이란 말로 체력에 대한 자신감도 나타냈다.
1997∼1998시즌부터 시작해 어느덧 20시즌을 뛰고 있는 주희정은 그동안 닦았던 경험에 포기하지 않은 준비성으로 팬들이 다시보게 만들었다. 베테랑이란 이유로 자기 자리만을 고집하려다 젊은 선수들에게 밀리는 노장 선수가 많다. 하지만 KBL 최초의 1000경기 출전이란 금자탑을 쌓은 주희정의 노력은 그에게 노장이 아니라 베테랑이라고 말하게 한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