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타격은 믿을 게 못된다'라는 말이 있다. 공을 던지는 것과 달리, 타격은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매 경기 잘 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한 번 상승세를 탄 타격감이 유지된다면 최고의 무기가 될 수 있다. 현재 SK 와이번스의 타격이 그렇다. 개막 6연패로 시작했지만, 최근 5연승으로 승률을 5할(7승7패)에 맞췄다. 해답은 타격에 있었다.
SK는 개막 6연패로 불안한 출발을 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구단 최초이자, KBO리그 역대 두 번째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입단과 함께 디테일을 강조했다. SK는 지난 시즌 많은 홈런에 비해 득점력이 낮은 팀이었다. 힐만 감독은 기본적으로 콘택트 확률을 높이고,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득점력을 높이려 했다. 그러나 시즌 초 타자들은 볼에 배트가 많이 나갔다. 출루율이 낮았다. 홈런이 적지 않게 쏟아졌지만, 득점력은 여전히 저조했다. 선발 투수가 잘 던지고도 승리를 낚지 못했다.
지금은 다르다. SK는 3연속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8일 인천 NC 다이노스전을 기점으로 공격력이 살아났다. 단순히 홈런으로 내는 득점이 아니다. 14~16일 대전 한화 이글스 3연전은 달라진 SK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3경기 동안 28득점을 쓸어 담았다. 경기 당 무려 9.3득점. 올 시즌 4경기에서 10득점 이상을 올렸다. 한 경기에서 너무 많은 득점이 나면 다음 경기에서 타자들이 부진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SK 타자들의 감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한화와의 3경기에서 모두 선발 타자 전원 출루 기록을 세웠다.
일단 베테랑들의 방망이가 살아났다. 1번 타자로 아쉬운 활약을 했던 김강민이 3연전에서 5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볼넷도 3개가 있었다. 리드오프로 100% 이상의 약이었다. 3번 타자 최 정이 3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쳤으나, 중심 타선은 견고했다. 4번으로 자리 잡은 김동엽은 최근 2경기 연속 홈런을 날리는 등 3연전에서 7타점을 기록했다. 16일 경기에선 한동민이 2안타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이재원, 정의윤 등도 살아나고 있다. 정의윤은 조금씩 좋은 타구가 나오더니, 15일 대타로 출전해 좌월 솔로 홈런을 날렸다. 시즌 2호 홈런. 16일 경기에선 3안타 2타점으로 완벽히 부활했다.
또한 힐만 감독은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적절하게 활용했다. 나주환, 이대수는 하위 타선에서 한화 마운드를 맹폭했다. 나주환은 최근 4경기에서 7안타(2홈런) 7타점을 기록했다. 좋은 컨디션으로 김성현 대신 주전 2루수로 출전하고 있다. 15~16일 2경기 연속 9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이대수도 4안타 3타점을 몰아쳤다. 최 정의 부진에도 타자들은 쉴 틈 없이 터졌다. 그야말로 지뢰밭 타선이다. 일찌감치 점수를 뽑아주니 투수들도 편하게 마운드에 올랐다. 15일 시즌 첫 승을 따낸 문승원도 "타자들의 득점이 없었다면, 6회까지 못 던졌을 것이다"라고 했다.
힐만 감독은 "가장 좋은 부분은 타자들이 쳐야 할 공을 치고 있다. 좋은 스윙을 가져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베테랑들의 활약에도 주목했다. 힐만 감독은 "신진급 선수들과 고참 선수들의 밸런스가 잘 맞고 있다. 베테랑들은 매일 100% 컨디션으로 뛰긴 힘들 것이다. 기량 면에서 뒤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베테랑들의 활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SK의 폭발적인 타선이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감이 매 경기 좋을 수는 없지만, 타자 9명의 연결이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대전=선수민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