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 '먹이 사슬'은 없다.
2013년, K리그는 두 개의 세계로 나눠졌다. 승강제가 도입됐다. 1부 리그는 클래식, 2부는 챌린지로 명명됐다.
승강제 도입을 전 K리그 생태계는 '계층화'돼있었다. 팀 간 전력차가 현격했다. 강한 전력을 앞세운 팀들의 강세가 뚜렷했다. 승강제 도입 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클래식과 챌린지 사이의 벽은 두껍게만 보였다. 2015년 승격의 기쁨을 맛봤던 '막공' 수원FC가 1년만에 강등 고배를 마시면서 '승격팀=승점 제물' 공식이 들어맞는 듯 했다.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을 바라보는 눈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승격팀' 대구는 '강등후보 1순위'로 거론됐다. 강원은 이근호 정조국 황진성 이범영 등 다수의 거물급 스타들을 줄영입해 대구보다는 나을 것이란 평가였다. 하지만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2014년 클래식에 올라 승격팀 최초 두 시즌 연속 잔류에 성공했던 광주의 앞날도 보장할 순 없었다.
그런데 예상과 다른 그림이 펼쳐지고 있다. 승격팀들이 선전하고 있다. 기존 클래식 구단들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챌린지에서 넘어온 '승격 외래종'들이 클래식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대구가 눈에 띈다. 대구는 당초 최약체로 지목됐다. 걸출한 스타 선수가 없는데다 스쿼드도 얇다. 그런데 반전 매력이 있다. 공격적이다. 객관전력에서 분명 뒤지는 대구지만, 물러서지 않는다. 오히려 맞불을 놓더니 선제골을 챙긴다. 어느 팀을 만나도 주눅 들지 않는 대구만의 색깔이 있다. 비록 15일 포항과의 클래식 6라운드에서 1대2로 분패를 했지만 '적장' 최순호 감독이 "지금까지 해온 경기 중 가장 힘들었던 상대"라며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강원의 행보도 뜨겁다. 강원은 1라운드 상주전에서 2대1로 이기며 쾌조의 출발을 했지만, 이어진 4경기에서 2무2패를 하며 주춤했다. 하지만 1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6라운드에서 2대1 승리를 거두며 파란을 일으켰다. 제주는 올 시즌 클래식 상위권 판도를 주도하고 있었다. 더욱이 강원은 '페트리어트' 정조국이 부상으로 이탈해 최전방 무게감이 줄었다.
하지만 전반 45초만에 터진 발렌티노스의 선제골로 기선을 잡더니 후반 23분 안지호의 추가골로 쐐기를 박았다. 후반 46분 마르셀로에게 만회골을 헌납했지만 대세에 지장은 없었다. 승점 3점을 추가한 강원(승점 8·8골)은 다득점에서 앞서 상주(6위·7골), 울산(7위·6골·이상 승점 8)을 제치고 5위로 점프했다.
두 시즌동안 생존해온 '승격 선배' 광주는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했다. 끈끈하다. 쉽게 지지 않는다. 16일 수원과의 대결에선 0대0으로 비겼다. 앞선 제주, 울산전에서도 1대1로 패하지 않았다. 지난달 19일 서울에 1대2로 패하긴 했지만 경기력은 광주가 더 좋았다.
아직 승격팀들의 '장밋빛 미래'를 점치기엔 이른 시점이다. 하지만 경기를 통해 드러난 승격팀들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더 이상 승격팀은 승점 제물이 아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