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시카고 타자기' 유아인을 보면 마음이 흔들린다.
유아인은 tvN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극본 진수완/연출 김철규)에서 세상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스타작가 한세주(유아인 분)로 분해 시청자와 마주하고 있다. 유아인은 자신만의 색깔, 자신만의 표현으로 캐릭터와 일체화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로 평가 받는다. 4월 15일 방송된 '시카고 타자기' 4회에서도 이 같은 배우 유아인의 진가는 여지없이 빛났다.
이날 방송에서 한세주는 자신의 집필실에 나타난 유진오(고경표 분)로 인해 혼란에 빠졌다. 한세주는 자신을 유령작가라 소개하는 유진오를 꽁꽁 묶은 뒤, 그의 진짜 정체를 밝혀내고자 했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순간 유진오는 사라졌다. 이에 한세주는 불안에 휩싸여 쉽사리 잠들지 못했고, 자신의 주머니 속에 있던 시계를 꺼내 들고 전설(임수정 분)에게 향했다.
전설의 집 앞에 선 순간부터 한세주는 순식간에 귀여운 남자가 됐다. 갑자기 나타난 유진오에게 "여기 왜 있어?"라고 화내는가 하면, 전설에게 유진오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은 것. 또 TV화면 속 백태민(곽시양 분)을 칭찬하는 전설에게 "나는? 화면이랑 실물이랑 어느 쪽이 더 나아?"라고 폭풍 질투도 했다. 멋진 남자의 정석으로 불리는 "오다 주웠다"도 빼놓지 않았다.
한세주 캐릭터의 귀여운 면모와, 이를 기막히게 살린 배우 유아인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는 것도 잠시. 극 전개 속에서 한세주의 상처 가득한 과거가 밝혀진 것이다. 한세주가 "10년 전으로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 이유가 무엇인지, 10년 전 가난한 작가지망생이었던 한세주가 전설이 일하던 샌드위치 가게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글쓰기에 몰두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드러난 것이다.
"내가 원망하는 사람은 선생님이다. 가장 믿었던 분에게, 아버지처럼 생각했던 사람에게 뒤통수 맞았다" 한세주가 백도하(천호진 분)에게 한 말이다. 그 시각 유진오는 한세주가 쓴 '인연' 초고를 발견했다. '인연'은 백도하 아들 백태민의 데뷔작이다. 한세주와 백도하-백태민 부자 사이에 엄청난 비밀이 있음을, 이 비밀이 과거 한세주에게 큰 상처를 안겨줬음을 짐작할 수 있다.
"작가님도 유령작가였나?"는 질문에 한세주는 "내 글을 베끼면 베꼈지, 남의 글을 빼앗지는 않아"라고 울부짖었다. 그의 울부짖음은 그간 까칠함과 예민함 뒤에 가려졌던 한세주라는 인물의 가슴 속 상처를 오롯이 보여줬다. 동시에 상처를 숨기고 살아온 한세주의 삶이 얼마나 치열하고 아팠을지, 시청자는 다시 한 번 궁금하고 마음 쓰게 됐다.
유아인은 특유의 유려하고도 섬세한 연기로 한세주의 다양한 면모와 숨은 스토리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까칠하고 예민할 때는 한없이 얄밉다가도, 질투할 때면 시청자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질 만큼 귀여웠다. 과거 상처로 인해, 슬럼프에 빠진 현재 상황으로 인해 불안해 할 때는 보는 사람의 가슴이 아릿할 만큼 애처로웠다. 6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단 한 명의 인물을 통해 시청자가 이토록 다양한 감정선을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유아인이기에 가능했다는 반응이다.
극 전체를 관통하는 미스터리도 서서히 실마리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스토리에 탄력이 붙고, 캐릭터가 입체감을 더하고 있다. 여기에 유아인만의 다채로운 연기가 더해졌다. '시카고 타자기' 향후 회차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한편 '시카고 타자기'는 매주 금, 토요일 오후 8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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