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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향기' 윤희상,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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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투수 윤희상이 올 시즌 에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도 아직 "매 경기가 경쟁이다. 내 코가 석자다"라며 자신을 낮춘다. 아팠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윤희상은 올해로 프로 14년차를 맞는 투수다. 2004년 SK의 2차 1라운드(전체 3순위) 지명을 받았으며, 2012년 10승을 거둘 정도로 제 몫을 했던 투수다. 2012, 2013시즌에는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확실한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2014년 투수 강습 타구에 급소를 맞고 쓰러졌다. 복귀 후에는 대전구장에서 다시 한 번 강습 타구에 오른 손가락을 맞고 전열에서 이탈했다.

윤희상은 불운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손가락을 다쳤던 후유증이 생각보다 컸다. 2015년에는 팔꿈치, 어깨로 그 통증이 올라오면서 고전했다. 윤희상은 "손가락에 타구를 맞은 후에 어깨, 팔꿈치가 아니면 영향을 많이 안 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손아귀에 힘이 없으면 데미지가 크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 때부터 전체적인 부분에서 트레이닝 파트의 도움을 많이 받으려고 했다"라고 회상했다.

2016시즌 복귀한 윤희상은 9승(6패) 평균자책점 4.84로 가능성을 남겼다. 그리고 올 시즌 꾸준히 준비한 끝에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로 활약 중이다. 에이스 김광현이 빠진 자리를 완벽히 메우고 있다. 3경기 선발 등판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2.37(19이닝 5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메릴 켈리에 이어 2선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제구가 안정됐고, 주무기인 포크볼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다. 스스로는 "별로 달라진 건 없다. 공격적인 피칭을 하고 있는 게 행운이 많이 따르는 것 같다. 감독님도 공격적인 투구로 수비 시간을 줄였으면 하는 바람을 말씀하신다"라고 말했다.

최근 활약으로 사실상 토종 에이스 임무를 맡고 있다. 그럼에도 윤희상은 "전혀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있다. 내가 경험이 많다고 하더라고 해도 과거 이야기다. 매번 경쟁이다. 내 코가 석자다.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수비에 신경을 쓰고 있다. 부상 이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윤희상은 "힘있는 오른손 타자가 나오면 의식은 된다. 나에게 강한 타구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다치기 전부터 수비와 같은 기본적인 부분은 충실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첫 3경기에서 페이스가 좋다. 에이스 역할을 기대해도 될 정도다. 하지만 윤희상은 "'이번에는 잘 되겠다' 이런 느낌은 정말 잘 모르겠다. 잘 될 때는 잘 되고, 안 될 때는 한없이 안 되는 게 야구다. 기록은 생각 안 하려고 한다. 꾸준하게 몸 관리를 잘해서 던질 수 있는 경기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기록을 생각하면 나중에 스트레스만 받는다"라고 답했다.

이닝 수에 대한 생각도 없다. 윤희상은 "아예 생각하지 않는다. 하도 많이 아파서 다른 부분에 대한 욕심은 없다. 안 아프고 던지는 것에만 욕심이 있다.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야구를 20년 넘게 했지만 결과는 하늘의 뜻인 것 같다. 너무 어렵다. 야구를 그만두면 그제서야 생각날 것 같다"라면서 "그것보단 몸 관리에 신경을 쓰면 1경기라도 더 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했다.

아팠던 경험이 있는 윤희상에게는 오로지 '건강' 생각 뿐이다. 그는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 스프링 트레이닝에서도 웨이트 시간을 많이 늘렸다. 반면 러닝을 줄였다. 그동안 하던 운동 방식에서 바꿨다. 웨이트, 코어 운동 등을 했다. 트레이닝 파트에 도움을 받고 있다"라고 했다.

윤희상은 켈리와 함께 팀 선발진에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그러나 그는 "매 경기 최선을 다 할 뿐"이라며 스스로를 낮춘다. 아팠던 경험이 윤희상에게 간절함을 만들었다. 그리고 윤희상은 어느 때보다 간절하고 긴장된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그의 간절한 마음이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대전=선수민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