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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멍 든' 현영민, 베테랑이 보여준 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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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전남과 인천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6라운드 경기가 끝난 인천축구전용구장. '베테랑' 현영민이 아이스팩에 얼굴을 푹 묻은 채 라커룸을 빠져나왔다. 그의 왼쪽 눈 밑에는 푸르스름한 멍이 있었다. 현영민은 "볼 경합 중에 상대와 부딪쳤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것"이라며 허허 웃었다.

이날 경기는 전남에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전남은 개막 5경기에서 연달아 패하며 최하위에 머물러 있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다. 전남은 김영욱 허용준 박대한 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 선발 명단을 꾸리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노상래 전남 감독은 그동안 즐겨 사용하던 스리백 대신 포백으로 전환하며 변화를 줬다. 노 감독은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리 팀이 중앙 수비에서 밀리는 것 같다.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해 수비수 현영민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렸다"고 말했다.

변화는 적중했다. 이날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격한 현영민은 넓은 시야를 자랑하듯 구석구석 정확한 패스를 연결했다. 위기 상황에서는 수비에 가담해 전남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현영민의 활약에 전남은 3대1 승리를 거두며 올 시즌 첫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기 뒤 현영민은 "프로에 입문한 뒤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것은 처음이었다. 설레는 마음이 있었다"며 "팀이 이겨서 다행히다. 절반의 성공은 거둔 것 같다. 재미있었다"고 웃었다.

사실 이날 경기에서 더욱 빛을 발한 것은 현영민의 투지였다. 전남의 맏형인 현영민은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고 경기에 임했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질때는 후배들을 다독이며 경기를 풀어냈다. 노 감독이 "베테랑 현영민이 팀을 잘 이끌어줬다"고 박수를 보낼 정도였다.

현영민은 "힘든 상황이었다.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이 하나가 돼 경기를 치렀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조금은 털어낸 것 같다"며 "선수들에게 '경기장에서 힘든 것보다 지는 것이 더욱 힘드니까 이기자'고 했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고 칭찬했다.

베테랑의 투혼을 보여준 현영민은 22일 홈인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울산과의 맞대결에 출격 대기한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