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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동네북 '우결', 중환자는 감기약으로 치료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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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방송 10년의 MBC '우리 결혼 했어요'는 '동네 북'이다.

시도때도 없이 얻어 맞는다. 어쩌면 대한민국 예능 중 가장 오랜기간, 꾸준하게 '폐지 압박'을 받아 온 프로그램이다.

출연중인 커플이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도, 괜찮은 시청률을 올려도 '폐지하라'는 반응이 나온다. 심지어 새 커플이 합류했다는 '희망찬' 기사나 다른 방송사의 프로그램이 새로 론칭(또는 폐지)했다는 내용의 기사에도 난데없이 ''우결'이나 폐지하라'는 댓글이 달린다. 최근 3일 사이에도 두번의 폐지설이 나돌았다.

이유는 두 가지. 남성 출연자와 여성 출연자 사이의 '로맨스'를 '비지니스'로 보기 때문, 그리고 첫 만남부터 데이트, 고백과 추억 만들기라는 패턴이 인물만 바뀔 뿐, 매번 반복된다는 지적 때문이다. 시청률 역시 지상파 주말 예능 최하위 수준인 3~4%(닐슨코리아)대. MBC는 10년간 간직한 '우결'이란 브랜드를 포기해야 할까.

↓ 언제까지 기회를 바라나

'우리결혼했어요' 제작진은 눈이 어둡다. 암에 걸린 프로그램에 감기약을 처방해 왔다. 시청자들은 매너리즘에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는데, 자신있게 내놓은 커플이 '이국주-슬리피'커플이었다. 당시 "비지니스 관계가 아닌 현실에서 감정이 있는 커플이기에 차별성이 있다"라는 제작진의 설명이 따라붙었다. 당연히 시청률은 오르지 않았다.

'우리결혼했어요'가 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격전지인 주말 예능 시장에서 살아 남았던 이유는 '광고 완판'과 '화제성'에 있었다. 연예인 커플의 로맨스를 다루는 소재의 특성 상 시청률 이면의 효과가 컸던 것은 사실. 본방만이 아닌 인터넷이나 커뮤니티, 광고시장에서 느껴진 '체감 인기'는 초라한 시청률 성적을 상회한다는 자체 평이 있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국의 주말예능이라면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마땅하다. 선배들이 만들고 키운 전통의 '우리결혼했어요'를 지키려거든, 5%가 아닌 10%를 노려야 한다. 숫자가 높으면 화제성과 광고완판은 자연히 따라온다.

화제되는 남·여 두명을 섭외한 후, 이제껏 수도없이 진행한 이벤트에 두 사람을 끼워넣는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 계륵, 여전히 버리긴 아쉽다

시청자는 물론 언론마저 실망해버린 순간. '심각성'을 인지한 것일까. 절치부심한 제작진이 내놓은 최민용·장도연 카드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판에 박힌 '선남선녀' 조합이 아니어서 절로 호기심이 생기는 두 사람. 여전히 '비지니스 관계'라 할지라도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는 많은 기대를 자아냈다.

방송 한달 반, 드라마틱한 시청률 상승을 견인하지는 못했지만, 호평과 함께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었기에 5월 폐지설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실컷 얻어맞은 제작진이 내민 '어퍼 컷'이 제대로 꽂힌 순간에 폐지를 논의하는 이유가 뭘까.

내심 나머지 두 커플(이국주·슬리피, 공명·정혜성)의 졸업 후, 최민용·장도연과 같은 이색 조합으로만 3팀이 채워진다면 '10년 브랜드의 유통기한을 더 늘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폐지하려 했다면, 조금 더 일찍해도 좋을 법했다.

ssale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