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초 최강 선발로 활약중인 kt 위즈 라이언 피어밴드의 너클볼이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명 '마구'로 불리는 피어밴드의 너클볼에 상대 타자들은 물먹은 듯 헛방망이질을 해대기 일쑤다. 지난해까지 알고 있던 피어밴드가 아니다.
피어밴드는 올시즌 3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0.36을 기록했다. 25이닝을 던져 14안타를 맞고 1실점했다. 볼넷은 한 개도 내주지 않았고, 삼진은 19개를 솎아냈다. 지난 2일 SK 와이번스전에서 2회말 1실점한 이후 23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중이다. 지난 15일 잠실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는 9이닝 7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한 피칭을 한 뒤 팀이 연장 10회 끝에 1대0으로 승리해 선발승을 안았다.
너클볼을 장착한 피어밴드를 놓고 사령탑들의 칭찬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KBO리그 3번째 시즌을 맞은 피어밴드는 지금과 같은 컨디션이라면 20승도 문제없을 거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너클볼 덕분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kt 김진욱 감독은 "작년까지는 너클볼을 시험삼아 던지는 정도였고 의문점이 있었는데, 지금은 강력한 무기가 됐다"면서 "피어밴드의 너클볼은 속도가 있으면서도 제구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위력적이다. 움직임보다는 역시 제구력이다"고 평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 경기에 5개 정도 밖에 던지지 않던 너클볼을 올시즌에는 20~30개씩 구사하고 있다. 140㎞대 중후반의 직구와 섞어던지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고 있다. 김 감독은 "이게 무슨 공인가 할 정도"라며 "사실 너클볼도 좋지만, 직구 구위가 한층 좋아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너클볼이 직구를 도와주는 구종으로 손색없다는 의미다.
LG 양상문 감독 역시 "타자가 공략하기 굉장히 까다로운 구종이다. 작년에는 100개 중 5개가 너클볼이었다면, 지금은 30% 정도 던지는 것 같다"면서 "생소한 볼이라 효과를 본다. 타자 입장에서는 너클볼에 대한 생각으로 혼란을 겪게 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피어밴드가 너클볼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올초 전지훈련 때부터다. 완전히 자기 공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진욱 감독은 "투수는 본인의 손에 맞게 던지는게 중요한데, 피어밴드는 너클볼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겼다. 움직임보다도 정확한 제구력이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너클볼은 KBO리그에서 보편화된 구종은 아니다. 또한 피어밴드의 너클볼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그것과도 성격이 다르다. 움직임과 떨어지는 폭은 작은 반면, 김 감독의 말대로 정확한 제구력과 110~130㎞대에서 형성되는 속도가 특징적이다.
김 감독은 "1선발급 외국인 투수를 찾다가 피어밴드와 계약을 했는데, 어느 정도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지훈련부터 몸 상태가 확실히 좋았다. 너클볼까지 제대로 구사하고 있고, 앞으로 직구 구위가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 이전 삼성전(9일 수원경기)에서 완투를 해 어제 경기서 약간 걱정을 했는데, 9이닝 동안 구위와 체력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걸 구위로 보여줬다"고 한 김 감독은 "20승도 가능하겠냐"는 물음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미소를 지어보이기도 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