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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협 폭풍골행진 비결…조진호 감독의 '싸움닭'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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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장서 싸워라."

스승은 자꾸 제자에게 나가서 싸우라고 부추긴다. "네가 싸움을 즐겨야 우리가 살아날 수 있다"며 살살 구슬리면 제자는 묵묵히 '싸움닭'이 된다. 그러자 주변에서는 웃는 날이 점점 많아진다. 폭력조직 이야기가 아니다. K리그 챌린지 부산 아이파크의 현주소다. 여기서의 싸움은 치고 받는 주먹질이 아니다. 상대 선수와의 몸싸움을 일컫는다. 부산 조진호 감독 특유의 이정협 활용법이다.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이정협은 올들어 폭풍 골행진을 벌이는 중이다. 챌린지 개막전부터 자신이 출전한 5경기에서 모두 골을 터뜨렸다.

5경기 연속골은 이정협 선수 인생에서도 처음이다. 챌린지 최다 연속골 기록(7경기·주민규, 김동찬)에도 근접했다. 더구나 이정협이 골을 넣은 경기에서 부산은 4승1무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이정협이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 7차전을 위해 대표팀에 차출돼 없던 사이 치른 부천과의 4라운드(3월 25일·0대1 패)서 딱 한 번 패했을 뿐이다.

비록 챌린지 리그지만 무려 5경기 연속골은 대단한 활약이란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정협의 불같은 활약 뒤에는 조 감독의 '채찍'이 숨어 있었다.

조 감독은 "이정협과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다른 선수들도 자극받으라고 일부러 시범 케이스로 싫은 소리를 하기도 하는데 이정협은 감독 마음을 잘 알아차린다"며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다. 스승의 싫은 소리를 고깝게 여기지 않으니 환상적으로 짜고치는 '채찍질'인 셈이다.



조 감독은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지난 3월 19일 경남과의 3라운드(1대1 무) 하프타임 때다. 전반을 0-1로 뒤진 채 라커룸으로 돌아와 선수단 미팅을 하던 조 감독은 불같이 화를 냈다.

타깃은 이정협이었다. 이정협은 당시 A대표팀 소집을 하루 미루기로 양해를 얻어 팀을 위해 경남전까지 출전하겠다며 자원 등판한 상태였다. 그런 이정협에게 조 감독은 "국가대표 차출됐다고 어깨에 힘들어가는거야? 그렇게 뛰라고 대표팀 다시 발탁될 수 있도록 팀에서 기회를 준 줄 알아? 네가 앞에서 몸싸움을 더 적극적으로 해줘야 하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정신 차려!"

조 감독이 경남전 출전을 자원한 이정협에게 속으로 고맙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이정협 개인은 물론 팀을 위해 강공법을 택했다. '정말 소리를 지르고 싶어 지르는 게 아니란거, 잘 알지? 사랑한다 정협아'란 속마음 사인은 눈빛으로 교환했다. 호되게 야단맞은 이정협은 후반에 다시 들어가 골을 넣고 왔고 기분좋게 "대표팀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떠났다.

조 감독이 올 시즌 들어 이정협에게 귀가 아프도록 강조하는 말이 '몸싸움'이다. 이정협이 전방에서 거세게 몸싸움을 해줘야 뒷선 미드필더가 상대 역습에 대비할 수 있고, 공격시 활동 영역도 넓힐 수 있다는 게 조 감독의 지론이다. 결국 뒷선이 여유를 확보하게 되면 이정협을 위한 볼배급이 많아지는 등 선순환의 연속이 된다.

이정협은 "사실 나는 과거에 몸싸움을 즐기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조 감독님을 만나고나서 내가 먼저 희생하는 게 동료들을 위한 보답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면서 "내가 골을 넣는 것은 나 혼자 잘나서가 아니라 동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몸싸움에 적극적이면 부상 위험과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이정협은 "몸싸움을 피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크게 다칠 수 있다. 체력적으로 준비를 잘 해서 크게 지치는 것도 없다"며 웃어넘겼다.

싸움을 권하며 나날이 깊어지는 사제 간의 우애, 부산의 이유있는 고공행진이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