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넥센 히어로즈의 외야에는 매년 새로운 경쟁자들이 나타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넥센은 시즌전 전망이 어긋나는 경우가 많은 팀이다. 이번 시즌 초반도 마찬가지. 이택근-고종욱-대니 돈이 외야 주전을 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택근과 대니 돈의 타격감이 좋지 않아 변화를 줬다. 또 고졸 루키 이정후의 시범경기 활약과 임병욱의 부상도 엔트리 구성에 영향을 미쳤다.
이정후는 만 19세 답지 않은 '타격쇼'를 펼치고 있다. 지난 4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 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2번이나 3안타 경기를 했다. 8일 두산전에서는 3안타 중 2개가 홈런이었다. 투수친화적인 잠실 구장에서 19세 소년이 터트린 홈런 2개는 '스타 탄생'의 예고편과도 같았다.
여기에 허정협도 당당히 도전장을 들이밀었다. 2015년 신고선수로 넥센에 입단한 허정협은 우여곡절이 많은 야구 인생을 겪었다. 인천고 재학 당시 프로 지명에 실패한 후 대학 입학도 어렵게 했다. 약체인 서울문화예술대에 재학하는 도중 현역으로 군대에 입대하는 등 돌고 돌아 프로에 왔다.
넥센은 2015년 스프링캠프 때부터 허정협의 타격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당시 넥센에서 뛰었던 박병호를 비롯해 팀 선배들도 허정협의 타격 능력 만큼은 인정했다.
2015년과 2016년 통틀어 1군 출전은 17경기 뿐이었지만, 올해는 개막 엔트리에 뽑혀 일찌감치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허정협은 기회를 잘 살렸다. 선발로 나갈 때 마다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지난 6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4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화력 시위를 한 허정협은 11일 고척 kt 위즈전에도 7번-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넥센 장정석 감독은 "확실히 선발로 나간다고 못박을 수는 없다. 하지만 허정협이 무척 잘하고 있어 오늘(11일)도 기회를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허정협은 그 기대에 부응했다. 쳤다 하면 안타였다. 4타수 3안타 1볼넷 3타점. 2회말 첫번째 타석에서 중전 안타, 3회 두번째 타석 좌익수 키 넘기는 2루타, 5회 세번째 타석에서 1타점 좌전 적시타까지 때려냈다.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활약이다.
넥센의 외야는 이미 포화상태다. 그럼에도 새로운 경쟁자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넥센이 자랑하는 자체 경쟁력이다.
고척=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