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이 지난달 말 10개 구단 선수 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kt 위즈는 가장 유력한 꼴찌 후보로 꼽혔다. 설문 참가자 50명 중 24명이 kt를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전력이 좋아졌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며 최약체로 평가했다. 시범경기에서 1위에 올랐지만, 지난 두 시즌 동안 최하위에 그친 전력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이 없고, 몸값 100만달러 외국인 선수를 잡은 것도 아니니 이런 전망이 나올만도 했다. 삼성 라이온즈를 꼴찌 후보로 지목한 선수도 15명이나 됐다. 투타의 주축인 차우찬과 최형우가 팀을 떠났는데, 눈에 띄는 전력 보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범경기 성적은 어디까지나 참고자료라고 하지만, 삼성은 KBO리그 10개팀 '꼴찌'로 정규시즌에 앞서 리허설을 마쳤다. 현장의 야구인, 전문가들 눈에 비친 kt, 삼성은 빈틈이 많은 최약체였다.
지난해 9~10위에 머문 삼성과 kt는 시즌 종료 후 나란히 분위기 쇄신을 위해 변화를 줬다. 단장, 감독을 동시에 교체했다. 삼성은 통합 4연패를 이끈 류중일 감독 카드를 버리고 김한수 타격 코치를 사령탑으로 올렸다. 창단 감독으로 팀 토대를 만든 조범현 감독 대신 kt는 김진욱 전 두산 베어스 감독의 손에 지휘봉을 쥐어줬다. 라이온즈는 팀을 잘 아는 젊은 리더, 위즈는 경험있는 지도자를 찍었다. 이런 선택을 하면서도 두 팀 모두 현실적인 목표로 5강 이상을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kt 구단 사람들 대다수가 '탈 꼴찌'를 먼저 얘기했다.
그런데, 시즌 초반 두 팀 분위기가 '극과 극'으로 치닫고 있다. kt가 개막전부터 8경기에서 7승(1패)을 거둬 단독 1위로 올라선 반면, 삼성은 8경기에서 1승(7패)에 그쳤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시즌 일정의 5~6%를 소화한 시점에서 판세를 점치긴 어렵지만, 두 팀의 행보가 핫이슈임에는 분명하다.
최근 주축 전력이 지속적으로 빠졌나갔다고 해도, 이렇게 무기력할 수 있을까.
삼성이 보여준 공격력은 충격적이다. 9일 kt전에서 0대3 완패. kt와의 주말 3연전을 모두 내주고 5연패에 빠졌다. 5연패 기간에 4차례 영봉패를 당했고, 2득점에 그쳤으며, 26이닝 무득점을 기록했다. 아무리 스트라이크존이 확대돼 '타고투저'가 다소 완화됐다고 하지만, 참담한 빈타다. 5연패를 당하는 동안 구자욱-다린 러프-이승엽으로 짜여진 3~5번, 중심타선이 타율 7푼8리(51타수 4안타), 2타점에 그쳤다. 마운드가 제 몫을 해준다고 해도 도저히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빈공'이었다.
그렇다고 당장 타선에 힘을 불어넣어줄 대기 전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팀 타선의 사이클이 올라오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다. 팀 평균자책점이 4.06으로 6위인걸 보면, 타선 부진이 현재 암울한 분위기를 만든 주범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팀 타율은 삼성이 kt보다 낫다. 삼성은 8경기에서 2할3푼8리(7위), kt는 2할9리(10위)를 기록했다. 팀 득점도 삼성이 27개(공동 7위)로 25점인 kt보다 많다. 그런데 삼성의 팀 타율, 득점에는 감안해야할 게 있다. 삼성은 지난 2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16점을 내며 대승을 거뒀다. 이 경기를 제외하면 7경기 득점이 11점에 불과하다.
반면, kt는 탄탄한 마운드가 상승세를 견인했다. 10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 1.00으로 전체 1위다. 8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가 6번이 나왔다. 견고한 투수력을 바탕에 두고 효율적으로 공격을 펼쳤다고 해석할 수 있다. 피안타율이 2할6리로 확실하게 상대의 창을 무디게 했다.
'막내 구단' kt와 '명가' 삼성의 지금 모습은 일시적인 현상일까. 아니면 또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