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새 외국인 투수 닉 애디튼, 제 2의 벤자민 주키치가 될 수 있을까.
롯데 새 외국인 투수 애디튼이 첫 실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여러 개인 사정으로 시즌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퇴단한 파커 마켈을 대신해 급하게 영입된 애디튼. 그가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 첫 선을 보였다. 애디튼은 5⅓이닝 1피안타 3볼넷 6탈삼진 1실점 호투로 7대1 승리를 이끌며 데뷔전에서 첫 승을 따냈다.
사실 롯데쪽은 걱정이 많은 경기였다. 100만달러 이상 몸값을 하는 투수들이 수두룩한 가운데, 50만달러짜리 선수가 왔다. 몸값이 비싸다고 무조건 잘던지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몸값이 떨어지면 좋은 능력을 기대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더군다나 지난해 대만프로리그에서 뛰었는데, 대만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은 경쟁력이 많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구속도 140km가 넘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경기 전 조원우 감독은 "불펜피칭만 지켜봤는데 어떻게 활약을 예상하겠느냐. 오늘 경기를 보고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상대팀 LG쪽에서도 걱정을 했다. 양상문 감독은 "높은 커브볼을 스트라이크로 던지면 공략하기 힘들 수 있다"고 했다. 양 감독은 이어 "스타일상 좌타자들이 대처하기 힘든 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 양 감독은 이날 오지환을 제외한 나머지 8명 타자들을 전원 우타자로 배치했다. LG 타자들도 "영상을 봤는데 만만히 볼 투수가 아니다. 타점이 높고, 공끝이 지저분하다고 하더라"라며 방심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롯데의 걱정은 기우였고, LG의 걱정은 현실이 됐다. 애디튼은 낯선 무대 첫 등판임에도 침착하게 LG 타자들을 상대했다. 스카우팅리포트대로 직구 최고구속은 140km에 그쳤다. 대부분 130km중반대에 그쳤다. 하지만 제구가 완벽했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존이 잘 형성됐다. 올해부터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의 수혜를 입었다. LG 타자들은 바깥쪽 공을 밀어쳐보기도, 당겨쳐보기도 하는데 생각처럼 쉽게 정타를 만들지 못했다. 롯데 관계자는 "포수들이 말하는데, 찍히는 구속은 느려도 공끝이 살아있는 유형이라고 하더라. 종속이 어느정도 빨라 제구만 되면 공략하기 쉬운 공은 아니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볼넷 3개 중 2개는 6회 강판되기 전 갑작스러운 제구 난조 속에 나온 볼넷들이었다. 그 전까지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리고 비장의 무기 체인지업이 있었다. 직구처럼 오다 스트라이크존에서 뚝 떨어졌다. 또, 높은쪽에서 스트라이크존으로 떨어지며 카운트를 잡는 것도 능수능란했다. 특히, 1m98의 큰 키에서 찍어 내려오기에 떨어지는 체인지업의 위력이 더해졌다.
투구 스타일을 종합해보면, 2011 시즌부터 3년간 LG에서 뛴 좌완 벤자민 주키치와 흡사했다. 아예 크로스 스탠스로 세트포지션을 잡는 주키치였는데, 이 점만 빼면 바깥쪽으로 넓게 엎어져 나오는 팔 각도나, 투구시 오른발을 내딛는 지점, 피칭 리듬까지 모두 주키치를 빼닮았다. 주키치도 빠른 공은 아니었지만 커브, 체인지업과 독특한 투구폼으로 상대 타자들 타이밍을 빼았는 유형이었다.
주키치도 LG 입단 당시에는 에이스가 아닌 2번 투수 외인으로 22만달러를 받고 입단했다. 큰 기대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3년 동안 한국 무대에서 활약했다. 애디튼 역시 시작은 초라해보일 수 있지만, 이날 같은 구위를 유지하면 한국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 구위보다는 스타일이 독특하기에 그게 상대 눈에 익으면 공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외국인 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롯데가 애디튼의 좋은 피칭으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