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선이 좀 살아나야 할텐데..."
시즌 초 극심한 부진을 보이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김한수 감독이 깊은 한숨을 몰아 쉬었다. 김 감독은 9일 수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선발투수들도 잘 던져주고 있고, 불펜진도 나름대로 하고 있는데 타선이 터지지 않는다"며 "중심에서 쳐줘야 할 선수들이 침묵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전날까지 1승6패로 SK 와이번스와 공동 9위에 머물러 있다. 전날 kt전서도 7안타의 빈타에 허덕이며 0대1로 패했다. 최근 4연패를 당하는 동안 삼성 타선이 올린 득점 2점이 전부다. 지난 7일 kt전에서 2대3으로 패할 때 기록한 것이다. 나머지 3경기서 무득점에 그쳤다. 타고투저가 극심한 최근 몇 년 동안 삼성이 연속된 4경기 가운데 3경기서 영봉패를 당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일 듯하다.
선발들의 역투를 감안하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날 kt전서도 윤성환이 8이닝 3안타 1실점의 빛나는 투구를 했음에도 완투패를 떠안았다. 1회말 1사 2루서 유격수 강한울의 수비 실책이 실점의 빌미가 됐다. 앞서 7일 kt전에서는 우규민이 7이닝 5안타 2실점, 6일 LG 트윈스전에서는 페트릭이 5⅓이닝 7안타 4실점(3자책점), 4일 LG전에서는 장원삼이 3이닝 11안타 9실점(4자책점)을 각각 기록했다.
윤성환, 우규민, 페트릭은 선발로 호투를 펼쳤다. 4경기서 삼성의 팀평균자책점은 3.58이었지만, 팀타율은 2할에 불과했다. 구자욱-러프-이승엽으로 이어지는 삼성 클린업트리오는 4연패 동안 합계 타율 9푼3리(43타수 4안타) 2타점에 그쳤다.
그렇다고 타순에 변화를 줄 상황도 못된다. 2번과 하위타순은 상황에 따라 바꿀 수는 있지만, 1번 박해민과 4,5,6번은 붙박이다. 김 감독은 "지금 안맞는다고 해서 중심을 바꿀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타자들이 살아나주기를 바라야 할 처지라는 이야기다. 특히 110만달러를 주고 데려온 새 외국인 타자 대린 러프가 하루빨리 KBO리그 투수들에게 적응할 필요가 있다. 전날까지 7경기서 2홈런을 포함해 3안타를 친 러프는 유인구에 방망이가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엎친데 덮친격, 주전 유격수 김상수의 복귀도 늦어질 전망이다. 김 감독은 "아직 발목이 좋지 않다는 보고를 받았다. 다음 주 복귀도 지금으로선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김상수는 일본 전지훈련 막바지 왼쪽 발목 부상을 입었지만, 시범경기에 출전하며 타격감을 유지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더이상 출전이 힘들다는 결정을 내렸다. 김 감독은 "본인이 의욕을 앞세워 뛸 수 있다고 했지만, 딱 보기에 무리지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수원=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