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가 올시즌에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 1순위로 꼽히는 이유는 역시 강력한 선발진 때문이다. 7년째 에이스를 맡고 있는 클레이튼 커쇼가 로테이션 앞에서 리드를 잘 해주니 이하 나머지 선발들에게 혹여 문제가 생기더라도 극복해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올시즌 다저스 로테이션은 그 출발이 이상적이지는 못하다. 3선발 리치 힐이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각) 손가락에 물집이 잡혀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한 경기 정도 임시 선발이 필요한데, 힐이 등판할 예정이던 11일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에는 알렉스 우드가 선발로 나서기로 했다. 다저스 구단은 9일 이를 공식화했다.
우드는 지난달 시범경기에서 류현진과 함께 5선발 경쟁을 하던 투수다. 류현진 못지 않은 좋은 흐름을 이어갔음에도 불펜 보직을 부여받았다. 우드는 작년 성적도 있고 시범경기서도 선발로 꾸준히 준비를 했는데도 류현진에게 선발 자리를 빼앗긴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고 하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류현진이 훨씬 신뢰를 줄 수 있는 피칭을 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5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다. 첫 단추는 잘 뀄다. 이날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비록 5회를 채우지는 못했지만, 4⅔이닝 동안 77개의 공을 던지며 선발 역할을 무리없이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류현진 본인도 5이닝을 채우지 못한 게 아쉽다고 하면서도 몸상태, 직구 구속 등에 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류현진이 던진 모든 구종을 칭찬하며 선발로 계속 기용할 뜻을 내비쳤다.
일단 다음 등판은 로테이션에 따르면 오는 14일 컵스와의 원정경기가 된다. 류현진으로서는 투구이닝에서 좀더 발전된 양상을 보여야 한다. 투구수 관리가 중요하다. 콜로라도전에서 77개를 던졌기 때문에 다음 등판서는 90개 가까이 늘릴 수 있어야 한다. 시범경기부터 투구수를 무리없이 늘려온 류현진은 어깨와 팔꿈치에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90개 정도는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직구 스피드도 조금은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이날 경기서 류현진의 직구 평균 스피드는 89.9마일이었다. 14승을 올린 2014년의 90.9마일 수준으로 회복한다면 더없이 반가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류현진의 다음 등판 경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5인 로테이션을 그대로 따르기는 힘든 분위기다. 로버츠 감독이 류현진의 스케줄을 관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3월말 류현진을 5선발로 낙점할 당시 "시즌초 류현진은 투구이닝을 제한받고, 등판 순서를 건너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술을 받고 돌아온만큼 처음부터 급하게 밀어붙이지는 않겠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14일이 아닐 수도 있다. 실제 ESPN은 다저스 경기 일정란에 류현진의 다음 등판 경기를 16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로 안내하고 있다. 14일 컵스전에는 커쇼, 15일 애리조나전에는 마에다 겐타가 선발로 잡혀 있다. 손가락 부상에서 돌아오는 힐이 17일 애리조나전, 4선발 브랜든 맥카시가 18일 애리조나전에 각각 등판하는 것으로 돼 있다. 커쇼와 마에다는 둘 다 4일 휴식후 등판이라 전혀 문제가 없고, 힐도 부상자 명단에서 돌아올 수 있는 시점이다. 맥카시도 13일 컵스전을 마치면 4일 쉬고 나서는 것이니 무리가 없다.
아직 로버츠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한 자신의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류현진의 몸상태, 커쇼와 마에다의 등판 간격 등을 가능한 시나리오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