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이대호 효과'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 것 같다. 시즌 초 롯데 자이언츠 타선이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꽉 막힌 타선 때문에 시즌 내내 답답한 경기로 일관했다. 팀타율(0.288), 팀홈런(127개), 득점권 타율(0.285)이 각각 8위였다. 공교롭게도 팀순위도 같았다. 타선에 리더가 없었다. 외국인 타자도 신통치 않았고, 상위타선에 걸쳐 짜임새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새로운 동력이 필요했다. 물론 이대호 영입은 상징성 말고도 공격에 있어서 황재균이 떠난 것을 비롯한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여 이뤄진 것이다. 여기에 올초 전지훈련서 젊은 타자들 육성에 힘을 기울였고,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가 2루수로 자리잡으면서 형성된 내야수들의 경쟁 체제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롯데는 8일 부산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8대6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중반 불펜진들의 난조로 흐름을 내줬지만, 9회말 신본기 손아섭의 적시타와 오승택의 끝내기 홈런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머쥐었다. 지난해에는 보기 힘들었던, 특히 사직구장에서는 '가물에 콩나듯'한 장면이었다. 롯데는 7~8일 이틀 연속 젊은 선발투수들의 호투로 잡은 리드를 경기 후반 불펜투수들이 망쳐버리는 바람에 지난 시즌 몸살을 앓게 만든 역전패 악몽이 되살아날 뻔했다. 실제 전날은 선발 김원중이 6이닝 1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쳤음에도 윤길현 박시영이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을 허용했다.
10개팀 똑같이 7경기를 치른 현재 롯데는 팀타율(0.304)과 득점(49), 홈런(15), 타점(47) 등 거의 모든 공격 부문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득점권 타율(0.412)도 단연 1위다. 특히 홈런이 시즌 초 이렇게 활발하게 터질 줄 코칭스태프조차 기대하지 못했다. 상하위 타선에 홈런 타자들이 즐비하다. 톱타자 전준우가 벌써 3개를 때렸고, 이대호 최준석 강민호 등이 2홈런을 기록중이다. 번즈는 이날 LG전에서만 2홈런을 터뜨리며 장타력을 뽐냈다.
이대호가 중심을 잡아주던 2010년대 초반이 떠오른다. 롯데는 구단 자체 역대 한 시즌 최다인 185홈런을 친 2010년과 2011년(111홈런) 팀홈런 1위에 올랐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올해 롯데는 팀홈런 1위는 물론 2010년에 세운 자체 기록도 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타고투저 현상이 조금은 누그러진 올시즌 롯데의 타선 폭발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몇 가지 이유가 있기는 하다. 외국인 훌리오 프랑코 코치가 조언을 들으면서 전체적인 타자들의 마인드가 바뀌었다는 말도 있고, 이대호가 4번 타순에서 중심을 잡아줘 상하위 타선에 '밸런스'라는 것이 생겨났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프랑코 코치는 지난해에도 있었고, 타선의 밸런스, 즉 짜임새는 선수 한 명의 힘만으로는 이루기 힘들다.
결국 팀분위기라고 봐야 한다. 롯데는 시즌 스타트를 잘 끊었다. NC 다이노스와의 개막전에서 패한 뒤 4월 1일 두 번째 경기서 3대0으로 승리하며 곧바로 상승세를 탔다. 당시 선발 김원중과 박시영 윤길현 손승락 등 투수진이 호투를 펼치며 위기를 벗어나는 등 승리 패턴이 이상적이었다. 타자들이 잘 치면 투수들도 편하듯 마운드가 안정되면 타자들도 심리적으로 부담이 없다. 강팀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롯데는 이후 4연승을 달렸다.
한 팀의 공격력은 타자들 개인의 능력 못지 않게 팀분위기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