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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평양, 윤덕여호 첫단추 잘 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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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여호가 비내리는 평양에서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5일 오후 6시 30분,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펼쳐진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아시안컵 B조 예선 1차전에서 '약체' 인도를 상대로 이금민의 해트트릭, 지소연의 멀티골 등 활약에 힘입어 10대0 대승을 거뒀다.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7위, 인도는 56위다. 객관적 전력이 열세인 인도를 상대로 다득점을 노렸다. 'A조 최강' 북한과 조1위를 다퉈야 하는 상황, 7일 남북전에서 비길 경우를 대비해 골득실, 다득점까지 염두에 뒀다. 북한이 이틀전 인도에 8대0으로 이긴 터, 윤덕여호는 초반부터 맹공을 퍼부었다.

전반 12분 강유미의 선제골이 터졌다. 인도의 밀집수비를 뚫고 들어가 기세를 올렸다. 전반 19분 이민아가 추가골을 터뜨렸고, 전반 28분, 전반 36분 이금민이 잇달아 세번째, 네번째 골을 밀어넣었다. 전반 추가시간 수비수 이은미의 골까지 터지며 전반을 5-0으로 마쳤다. 후반에도 공세는 늦출 뜻이 없었다. 후반 19분 유영아의 골을 시작으로 후반 22분 또다시 이금민의 발끝이 빛났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후반 23분 지소연의 8번째 골, 후반 24분 이소담의 9번째 골이 1분 간격으로 줄줄이 터졌다. 후반 추가시간 지소연이 마지막 10번째 골로 대승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평양엔 종일 비가 내렸다. 직전경기인 북한-홍콩전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1만3500여 명의 관중 가운데 5000여 명이 남아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봤다. 김일성경기장에 애국가가 울려퍼질 때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조용히 그라운드를 지켜보며 예의를 다했다. 킥오프 뒤 고요함 속에 경기를 관전하던 북측 관중은 숨겨놨던 '본심'을 서서히 드러냈다. 약팀 인도를 응원했다. 뒤로 물러서서 수비만 하던 인도 선수들이 하프라인을 넘어 치고 나갈 때면 경기장이 시끄러워졌다. "(패스를)반대로", "(앞으로)나가라", "(상대 선수를)붙으라" 등의 외침이 터져나왔다. 한국대표팀이 상대 골망을 흔들 때마다 "아…"하는 탄식이 흘러나왔지만 야유나 비난은 없었다. 장내아나운서는 "대한민국의 7번 리민아 선수가 득점했습니다" 식으로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한편 한국과 조1위를 다툴 북한은 3일 인도전에서 8대0으로 승리한 데 이어 5일 홍콩전에서 5대0으로 승리했다. 김윤미가 멀티골을 기록했다.

인도전에서 북한보다 '2골'을 더 넣은 윤덕여호는 7일 오후 3시 30분 운명의 남북 맞대결을 펼친다. 사실상의 조1위 결정전이다. 아시안컵 예선 조 1위만이 내년 요르단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할 자격을 얻는다. 아시안컵 본선에 올라야 2019년 프랑스여자월드컵 티켓에 도전할 수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