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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폭풍 카리스마'신진식 감독 "선수들아! 나만 믿고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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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시절 아시아 최고라 평가받던 레프트 공격수. 그는 지난 3일 프로 팀의 사령탑을 맡았다. 첫 걸음의 무대는 프로 데뷔와 은퇴 그리고 코치 생활까지 경험했던 V리그 명문 삼성화재다. 5일 용인 기흥의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만난 신진식 신임 감독(42)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으며 삼성화재의 부활을 외쳤다. "선수들아! 배구 하나만큼은 나를 믿고 따라와." 코트 안에선 호랑이, 밖에선 한 없이 부드러운 남자란 이중적 매력의 소유자인 신 감독의 이 한 마디 속에 삼성화재의 밝은 미래가 고스란히 담겼다.

신 감독은 올 시즌이 끝난 뒤 감독 교체가 예상되는 복수의 팀들의 영입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그러나 신 감독은 내심 삼성화재가 불러주길 원했다. 그의 마음 속 1순위는 언제나 삼성화재였기 때문이다. "사실 삼성화재에서 러브콜이 올 줄 예상하지 못했다"며 웃은 신 감독은 "다른 팀에서 제안이 왔어도 삼성화재가 나중에 '올 생각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무조건 삼성화재를 택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친정이 가장 어려울 때 책임을 맡았다. 다가올 새 시즌, 신 감독의 화두는 부활, 임무는 소방수다.

삼성화재는 1996년 창단 이후 20년간 단 한 번도 '봄 배구'를 놓친 적 없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PO) 진출에 실패했다.

생소한 경험,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출발, 새로운 목표가 절실하다. 신임 신진식 감독의 목표도 분명하다. '우승'이다. 신 감독은 "1차 목표는 정규리그 우승이다. 팀이 아직 꾸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속단하긴 이르지만 삼성화재는 우승을 해야 하는 팀"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선수층이 좋으니 삼성화재가 한 단계 이상 올라가지 않으면 이기기 힘들다. 다른 팀들도 만만치 않다. 항상 경계하면서 우승을 이끌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승을 위한 전략은 '제로베이스'다. 그는 "삼성화재 배구는 '0'에서 시작한다. (지금부터) 만들어 가야 할 단계다. PO에 진출하지 못한 것도 처음이지만 자유계약(FA) 선수도 이렇게 많이 나온 것도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신 감독이 어떤 배구를 펼칠 것이냐다. 신 감독은 "철학이라기보다 기본을 지키는 배구를 하려고 한다. 요즘 현대 배구가 범실이 많이 나온다. 세트당 2~3개 범실만 줄여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서브가 첫 번째다. 구석구석 강하게 서브로 공략하고 이단연결 범실을 줄여야 한다. 이단연결을 잘 해야 공격수가 잘 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은 어떤 유형의 지도자일까. 전형적인 카리스마 리더십의 소유자다. 신 감독은 "나는 선수들을 끌고가는 스타일이다. 선수들과 조율할 부분은 없을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만들었으니 가자'는 주의다. 안 따라오는 선수들은 내보낼 수밖에 없다"며 선수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의 강한 카리스마는 단지 사각 코트 안에서만 작동된다. 신 감독은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훈련 때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이길 원하는 것 뿐이다. 숙소와 개인 생활은 크게 터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원하는건 배구 하나만큼은 따라오라는 것이다. 선수들은 배구를 잘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 자기들의 직업인데 안따라오면 안된다"며 강조했다.

인터뷰 도중 번뜩 신 감독의 모습에서 신치용 단장의 감독 시절 향기가 풍겼다. 신 감독은 손사래를 쳤다. "전혀 아니다"라며 웃음을 보인 신 감독은 "단장님 제자다 보니 어느 정도 물은 들었을 것이다.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은 건 오늘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내 배구인생의 은사님들의 장점만 뽑아내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 감독의 가세로 V리그 남자부에는 삼성화재 출신 감독이 한 명 더 늘었다. 라이벌 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신 감독은 "크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중요한건 삼성화재의 우승이다. 감독끼리 라이벌 의식을 가져봐야 뛰는건 선수들이다. 그래도 맞대결을 펼치게 되면 조금씩 생길 것 같다"며 진검승부를 예고했다. 그러면서 "삼성화재 출신 지도자들과의 지략싸움에선 질 생각이 없다"며 맞불을 예고했다.

스포츠계에는 '스타 플레이어는 지도자로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속설이 있다. 신 감독도 당대 최고의 스타였기 때문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단호함을 보였다. 신 감독은 "20세기 속설이다. 지금은 21세기다. 이름 있는 분들이 지도자를 하는데 실패하는 분은 많지 않다. 10~20%에 불과하다"며 "내가 운동했던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기량을 한 두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이제 막 프로 무대에 뛰어든 '초보 감독'이다. 부담도 있다. 그러나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확고한 배구 철학과 훈련 노하우를 인터뷰 내내 당당하게 주장했다. 강한 자신감, '초보감독' 신진식의 최대 무기다.

용인=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