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배선영 기자] "조용해요. SNS도 잘 안하는 타입? 하더라도 분더캄머를 해쉬태그에 걸지는 않는 타입들요, 하하. 그리고 딱 보면 그냥 분더캄머의 무드가 느껴지는 분들이죠."
분더캄머 디자이너 신혜영에게 브랜드의 마니아 층이 가진 특징을 물어보니 이 같이 답한다. SNS 홍보도 잘 안해주더라는 말에 투정이 살짝 느껴지지만, 대체로는 그들을 뿌듯해함이 느껴진다. 2010년 이 브랜드를 런칭할 때부터 기조로 삼았던 소프트 카리스마. 조용히 시선을 끄는 타입의 스타일링. 주 소비자들이 그런 무드를 가지고 있다는 건 지금까지도 그녀의 고집이 철학이 그녀의 옷에 지켜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분더캄머는 올해로 브랜드 런칭 7년차. 떠들썩한 홍보나 컬렉션 없이도 눈에 띄어 마니아층까지 형성한 브랜드가 된 이유?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것은 옷 자체가 가진 힘 외에는 없다.
지난 달 29일 2017 FW 서울패션위크가 한창 열리고 있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트레이드 쇼를 열고 전세계 바이어들을 만나고 있는 신혜영 디자이너와 마주 앉았다. 인터뷰 중에도 바이어들이 분더캄머의 쇼룸을 유심히 살펴보는 광경이 포착됐다.
-트레이드쇼에 참가한 브랜드 중 바이어들의 반응이 꽤 좋은 브랜드라고 누가 귀띔했어요.
▶오늘이 이틀째인데, 중국에서 온 바이어분들이 제일 많네요. 일본이나 홍콩, 뉴욕에서도 바이어가 왔고, 이미 오더도 많이 된 상황이에요.
-중국 바이어가 제일 많다니 정구호 총감독이 앞서 기자회견에서 말했듯, 사드 이슈에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은 거네요.
▶그런 것 같아요. 올해 특히 괜찮은 바이어들이 많이 참석한다고 해서 저희도 트레이드 쇼에 참가하게 됐어요.
-7월에는 헬싱키 패션위크 무대에서 쇼를 한다고 들었어요. 초청을 받았다고요.
▶헬싱키에서 초청을 받아 숙소, 비행기까지 다 지원받게 됐어요. 모델도 지원해줘서 정말 쇼만 준비하면 되죠. 북유럽 패션이 뜨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초청받게 된 과정이 궁금한데요.
▶메일로 연락이 왔어요. 처음엔 광고인 줄 알고 지나쳤는데 초대장이었죠. 가고 싶어도 못하는 브랜드도 있는데 먼저 연락을 주셔서 너무 좋았어요. 올해는 사실 해외에서 좀 더 자리잡는 것이 목표에요. 그런 와중에 먼저 제안이 와서 유럽으로 가게 됐죠.
-이미 해외 진출 경력이 있죠. 반응이 어땠나요.
▶ Coterie 뉴욕 쇼, 프랑스 파리의 'Who's next' 쇼, 이탈리아 밀라노 white 쇼에 참석했어요. 해외 큰 쇼는 꾸준히 나가야 반응이 온다고 하던데, 정말 갈 때마다 반응이 다르더라고요.
-국내 서울 컬렉션 무대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요즘 대다수 브랜드들이 컬렉션 외에 다른 방식으로 옷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유가 있나요?
▶비용 문제도 있고. 하지만 나중에는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무래도 쇼를 하는 브랜드에 호감을 가지는 것 같기는 해요. 지금처럼 바이어들 사이 인지도를 쌓고 이후 쇼까지 하면 확실히 시너지가 생기겠죠.
-매 시즌 다른 콘셉트로 옷을 풀어내는데,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 디자이너가 많이 보고 다니면 참 좋을텐데, 사실 그럴 시간이 부족하긴 해요. 그래서 마치 눈문 쓰듯 조사를 하죠. 그렇게 공부 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는 편이에요. 물론 그 씨앗은 평소 관심 있는 것에 있긴 하지만요. 공부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영감을 얻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공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 패션디자인학과에서 강의를 하게 됐어요. 이번 학기 부터인가요?
▶ 네. 맞아요. 이제 4번 정도 나갔네요. 스무살 아이들과 함께 하는데 정말 깨발랄하더라고요. 우리 때랑은 많이 달라요. 교수라고 딱히 눈치보는 것도 없고 친구처럼 편하게 하다보니 시너지가 많아요. 사실 처음에는 부담이 많이 됐는데, 어린 친구들을 만나니 저 역시 자극이 돼 좋더라고요.
-만약 제자들 중 자기 브랜드를 런칭하겠다는 친구가 있다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 물어보면 자기 브랜드 하고 싶은 사람이 절반 이상이에요. 열정 하나만 가지고 준비하면 당연히 살아남긴 힘들 거예요. 대학생 때 비지니스 적으로도 관심을 가지고 시장을 훑어보고 시작한다면 그렇게 위험한 선택만은 아니라고 봐요. 저의 경우는 비교적 일찍 제 브랜드를 런칭한 편인데, 어려서 더 자신감이 있기도 했어요.
-사실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비지니스 적인 수완이 없어서 힘들어하기도 하는데, 분더캄머는 그런 면에서 특별히 힘들어한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어요.
▶ 저는 없지만, 다행히도 비지니스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어요. 그리고 강의라도 있으면 가서 부지런히 찾아 들었고요. 가장 좋은 것은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하는 것이지만, 디올 디렉터 정도 아니고서야 그렇게 살기는 어렵죠. 어렵게 다가오는 만큼 더 열심히 알아보면 자기 자신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
-끝으로, 어떤 사람들이 분더캄머를 입었으면 좋겠다는 디자이너 개인의 바람이 있다면요.
▶ 처음부터 생각은 같았어요.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고 아트에 관심이 있고 미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감각이 있어 스스로 주도해서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는 여자들. 그들이 분더캄머를 즐겼으면 좋겠어요.
-그러고보면 분더캄머는 초기의 기조가 비교적 흔들리지 않고 유지되어 온 브랜드 같아요.
▶ 하다보면 흔들릴 수 있는 요소가 많지만, 잃지 않으려고 늘 생각하고 있어요.
sypova@sportschosun.com 사진=이 새 기자 06sej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