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올해 칸을 겨냥한 한국영화는 초호화 블록버스터만 있는 게 아니다.
매년 5월, 전 세계 영화인이 대거 집결되는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올해엔 일찌감치 '옥자'(봉준호 감독, 케이트 스트리트 픽처 컴퍼니·루이스 픽처스·플랜 B 엔터테인먼트 제작) '클레어의 카메라'(홍상수 감독, 영화제작전원사 제작) '군함도'(류승완 감독, 외유내강 제작) 등의 화제작이 유력한 진출작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들 외에도 놓치기 아까운 주목할만한 한국영화가 상당하다는 것.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로 승부수를 던진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더 램프 제작), '떠오르는 유망주' 이용승 감독의 '7호실'(명필름 제작), 유수 영화제에서 활약한 '여제'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준필름 제작) 등이 칸영화제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먼저, 송강호 주연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가 통금 전에 광주를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향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다.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을 비롯해 유해진, 류준열 등 충무로 명품 배우들이 총출동했고 '고지전' '의형제' '영화는 영화다'를 연출한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올여름 텐트폴 영화로 국내 관객에게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작품이 이에 앞서 칸에서 먼저 낭보를 전할지 영화계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월 크랭크 업, 곧바로 후반 작업에 돌입한 따끈따끈한 신작 '7호실'도 올해 칸영화제에 문을 두드린다. '7호실'은 서울의 망해가는 DVD방 7호실에 각자의 비밀을 감추게 된 DVD방 사장 두식(신하균)과 알바생 태정(도경수)이 점점 꼬여가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충무로 유망주로 떠오른 이용승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앞서 이용승 감독은 첫 번째 장편영화 '10분'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등 16개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을 거머쥐며 연출력을 인정받은 바, 이번 칸영화제에서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을지 눈길을 끈다. 또한 '7호실'이 칸영화제에 진출할 경우 주목할 대목은 도경수(엑소)가 국내 '연기돌' 최초로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된다는 것. 여러모로 의미를 새기는 작품으로 칸의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문근영 주연 영화 '유리정원'도 칸 영화제 진출에 도전장을 내민다. 남들보다는 조금 비밀스럽게 살아온 박사 과정의 연구원 재연(문근영)이 현실 속 모순과 부딪히고 세상을 외면한 이후 벌어지는 놀라운 사건이 소설가의 시선으로 구현되는 미스터리 영화. 문근영을 중심으로 김태훈, 서태화 등이 출연한 이 작품은 세계 3대 국제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신수원 감독의 신작이다. 앞서 신수원 감독은 2012년 열린 제65회 칸영화제에서 단편 '순환선'으로 카날플뤼스상 수상, 2013년 열린 제63회 베를린영화제에서 '명왕성'으로 수정곰상 특별언급상 수상, 2015년 열린 제68회 칸영화제에서 '마돈나'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초청을 받으며 전 세계의 관심을 받는 여제다. 국내 여성 감독 최초 칸영화제 2회 진출이라는 기록을 가진 신수원 감독. 올해에도 칸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택시운전사' '7호실' '유리정원'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