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가 오는 6일 오후(한국시각)부터 열전에 돌입한다.
마스터스는 '명인열전'으로 불릴 만큼 그 권위를 인정받는다. 대회장인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코스 상태와 그린 스피드 등은 최고 레벨로 세팅 된다. 나흘내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이에게만 '그린재킷'을 선물한다.
세계랭킹 1위라고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톱랭커가 '그린 재킷'을 입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이 마지막이다. 2002년 세계 1위였던 타이거 우즈(미국)가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한 이후 지난해까지 세계 1위 선수가 마스터스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그러나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세계 1위 선수가 마스터스 정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바로 더스틴 존슨(미국)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2월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오른 존슨은 최근 기세가 매섭다. 2월 PGA 투어 제네시스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멕시코 챔피언십과 델 매치플레이 등 최근 출전한 3개 대회를 휩쓸었다. 마스터스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대회 개막에 앞서 존슨은 "내가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최강자의 여유를 보였다. 지난해 4월부터 최근 1년 사이에 6승을 거둔 존슨은 지난해 마스터스에서는 공동 4위에 올랐다. 그는 "마지막 날 후반 9개 홀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우승 기회가 남아 있으면 좋겠다"며 "최근의 좋은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2015년 마스터스에서는 공동 6위를 기록한 존슨은 "이 코스는 골프백 안에 있는 모든 클럽을 효율적으로 써야 할 정도로 쉽지 않지만 최근 몇 년간 마스터스 대회 출전 경험을 통해 나에게도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1, 2라운드에 강풍이 예보된 상황에서 그는 "역시 바람이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예보대로라면 그린에 공을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침착하게 파를 지키는 전략도 유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마스터스 악몽의 주인공은 조던 스피스(미국)였다. 스피스는 1년 전 마스터스에서 여유 있게 선두를 달렸지만 마지막 날 12번홀(파3)에서 4타를 까먹는 참사를 당한 뒤 대니 윌릿(잉글랜드)에게 그린재킷을 내줬다. 당시 스피스는 티샷을 그린 앞 워터 해저드에 빠뜨렸고, 1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마저 뒤땅을 치면서 물에 빠뜨렸다. 다시 1벌타를 받고 친 다섯 번째 샷은 그린 뒤 벙커에 떨어졌다. 간신히 여섯 번째 샷으로 볼을 그린 위에 올린 스피스는 한 번의 퍼트로 홀아웃했지만, 스코어카드에서 '쿼드러플보기'를 뜻하는 '7'을 적어내야 했다.
존슨에 이어 또다른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스피스는 지난해의 참사를 마음에 두지 않고 자신의 골프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스피스는 "지난해 마스터스는 실수 때문에 패배한 수많은 대회 중 하나에 불과하다. 골프에선 그런 일이 일어난다"라고 말했다. 스피스는 "대회가 열리는 이곳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며 "이 코스를 방문할 때마다 즐겁다"라고 강조했다.
한국 선수들도 우승을 노리며 출사표를 던졌다. 마스터스에 첫 출전하는 '영건' 김시우(22·CJ대한통운)는 필 미컬슨(미국)과 함께 1, 2라운드를 치르게 됐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1, 2라운드 조 편성 결과에 따르면 김시우는 미컬슨, 라파엘 카브레라 베요(스페인)와 함께 동반 라운드를 펼친다. 미컬슨은 2004년과 2006년, 2010년 등 마스터스에서 3승을 거뒀고 2005년 PGA 챔피언십, 2013년 브리티시오픈 등 메이저 대회에서 총 5차례나 우승한 선수다.카브레라 베요는 유럽프로골프 투어에서 통산 2승을 기록한 경력이 있다.
안병훈(26·CJ대한통운)은 로스 피셔(잉글랜드), 팻 페레스(미국)와 함께 1, 2라운드를 치르고 왕정훈(22)은 브랜던 그레이스(남아공), 브룩스 켑카(미국)와 한 조로 묶였다.
한편 존슨은 버바 왓슨, 지미 워커(이상 미국)와 동반 플레이를 벌이고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존 람(스페인), 다니하라 히데토(일본)와 1, 2라운드를 함께 한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